<청춘리포트>PC통신의 언어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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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방학철인 요즘 심야 시간이 되면 접속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컴퓨터 통신 열기가 대단하다.
컴퓨터 모니터만을 보며 대화를 하기 때문인지 때때로 이해하기어려운 어리둥절한 말들이 튀어나온다.
말로 노닥거린다는 재미는 있지만 초보자들도 많이 참가하는 채팅에서 자기들끼리만 사용하는 말을 남발하는 것은 우리를 불쾌하게 만들기 일쑤다.
심야에 자다가 깨 채팅에 참여한다는 뜻의『음냐』,통신모뎀이 접속되는 소리를 흉내낸『쩝』등은 일종의 인사말에 속한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기분좋은 인사는 아니다.
간혹 눈에 띄는『어솨요』『넘 잼업당』『낼은 셤본다』『암튼 전설에 살아요』등의 말은 아무리 대화체 말로 글을 보낸다고 해도좀 심한 것 같다.
이 말들은 각각 『어서와요』『너무 재미없다』『내일은 시험본다』『아무튼 저는 서울에 살아요』를 빨리 발음한 것이라고 깨닫는데는 한참 걸린다.
유머도 좋고 통신시간을 짧게 하는 것도 좋지만 숙달된 통신 참가자가 아니면 짜증이 날 만도 하다.
「매우 소름끼치고 역겹다」는 말을 꼭『왕 닭살!』이란 말로 표현하는 등 속어를 마구 써 언어가 더욱 역겨울 때도 있다.
신세대들의 전혀 새로운 문화공간인 컴퓨터 통신의 세계는 아직초보적이고 개척단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컴퓨터 통신의 언어도 바르고 상쾌하게 만드는 기초를 잘 쌓을 필요가 있다.
◇모니터=서정태(홍익대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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