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1년] 6. 국론분열 통합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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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노무현 정부 출범 뒤 이념 간.세대 간 갈등이 심화됐고, 사회통합을 위한 제도적 메커니즘이 작동되지 않는다고 우려하는 국민이 많다. 인터넷 신문의 댓글 등에 나타난 집단 간 적대의식은, 폭력이 거리에서 직접 부딪친 해방 직후의 악몽을 연상케 한다.

국론 분열과 사회적 편가르기가 심화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가 꾀하는 앙시앙레짐(구체제)의 해체 과정에서 기존의 제도적 장치들이 못 쓰게 되어버린 데다 비공식적인 사회적 권위들이 함께 무너져 내린 것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盧대통령의 편향적 정책지향과 분열적 리더십에서 주된 원인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는 사회적 편가르기로 집권에 성공한 참여정부가 의도적으로 집단 간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노린다는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없지 않다.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긴요한 조치 가운데 하나는 청와대가 탈(脫)정치화를 통해 대통령의 리더십을 재조정하는 일이다. 대선 공약대로 당정분리를 통해 대통령의 역할을 중립적 조정자의 위치로 되돌린다면, 여야를 아우르는 통합적 리더십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돈과 권력을 매개로 한 당정 간의 끈은 약화됐다.

이라크 파병안 처리과정에 드러났듯 당정 간의 불협화음은 총선 뒤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대통령은 여야 간.세력 간 조정자 역할 말고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을 것 같다.

盧대통령은 또한 국가사회 발전의 구체적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국론 통합의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지난 1년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미래지향적 비전을 구체화하기보다는, 사회구조 변혁과 같은 과거지향적 어젠다에 집착했다. 그러다 보니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식 제로섬 성격의 정치적 게임에 몰두한다는 인상을 많은 국민에게 남겼다.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정치적 부패 척결, 행정개혁과 같이 국민의 현실감각에 와닿는 비전을 제시하고, 일관되게 이를 추진할 때 대통령의 새로운 리더십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종수 한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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