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고 뒤집어도… 디즈니는 역시 해피엔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감독:케빈 리마 등급:전체 관람가 출연:에이미 애덤스·패트릭 뎀시·제임스 마스던 장르:로맨틱 코미디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가 ‘슈렉’에 역공을 한 모양새다. 녹색괴물 슈렉과 뚱보공주 피오나의 괴력에 비틀거렸던 디즈니의 예쁜 캐릭터들이 우리도 ‘풍자의 달인’이 될 수 있다며 작심하고 달려든 꼴이다. ‘슈렉’이 비틀었던 디즈니표 캐릭터를 디즈니 스스로 뒤집어 본다.

장르적 변형도 시도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결합시켰다. 마법의 동화세계와 삭막한 현실세계를 대비시킨 솜씨가 보기 좋다. 디즈니의 등록상표인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대요”를 비꼬면서도 결국 그곳으로 돌아가는 구성 또한 어쩔 수 없이 디즈니적이다.

 ‘마법에 걸린 사랑’은 무엇보다 따뜻하다. 공주와 왕자의 사랑이란 전형적 틀을 깨고 ‘동화 속 공주’와 ‘현실의 흔한 남성’을 만나게 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승부를 건다. 영원한 잠에 빠진 공주를 깨우는 백마 탄 왕자의 진실한 키스가 어김없이 나오고, 백설공주를 잠재웠던 독 사과도 등장한다. 악덕한 계모, 사악한 여왕도 빠질 수 없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들이다.

 영화는 일단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다. 동화책을 넘기는 장면 직후 ‘진정한 키스’를 꿈꾸는 지젤이 나오고, 또 그의 파트너인 백마 탄 왕자 에드워드가 등장해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지젤은 왕자의 계모인 여왕의 음모로 현실세계로 추방된다.

 영화의 재미는 이제부터다. 동화나라 안달라시아 대신 뉴욕의 맨해튼이 무대로 등장한다. 온갖 자동차와 소음, 그리고 사람들로 북적대는 뉴욕으로 갑자기 떨어진 지젤(에이미 애덤스)이 ‘고통과 슬픔’의 대도시에 동화의 ‘노래와 행복’을 전파하려 한다. 사면초가의 지젤은 어린 딸을 홀로 키우는 이혼 전문 변호사 로버트(패트릭 뎀시)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여기에 지젤을 잃은 에드워드 왕자(제임스 마스던)와 사악한 여왕(수전 서랜던)도 잇따라 뉴욕을 찾으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행복의 나라’ 동화와 ‘슬픔의 나라’ 현실이 충돌하며 꿈과 사랑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는 것. “세상은 동화와 다르다. 꿈이 이루어진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믿는 로버트와 영원한 사랑을 이루려는 지젤이 부딪친다.

 동화를 부정하는 듯하면서도 결국 동화의 소중함에 방점을 찍는 디즈니의 저력이 살아 있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