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축구스타 싹쓸이 다른 나라 리그 시들해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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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프 블라터(사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잉글랜드 축구를 향해 연일 쓴소리를 퍼붓고 있다.

 7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카펠로를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에 임명한 것을 놓고 “잉글랜드가 국제축구의 원칙을 깨뜨렸다”고 비난했다. 블라터 회장은 “나는 이탈리아·독일·브라질·아르헨티나가 외국인을 감독으로 영입하는 것을 결코 본적이 없다”며 “대부분의 축구 강국은 자국인을 감독에 기용한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출신인 블라터 회장이 잉글랜드 축구를 도마에 올리고 있는 것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축구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적 스타들을 싹쓸이해 가는 바람에 다른 나라 리그들이 시들해지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블라터는 최근 BBC 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잉글랜드 축구가 국제대회에서 번번이 쓴맛을 보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프리미어리그가 비싼 외국 선수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잉글랜드 출신 선수와 감독들에게 클럽 경기에서 활약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에서 수입된 감독과 선수들 때문에 영국 출신들이 활약할 기회를 잃어 잉글랜드 축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블라터는 “내가 1975년 FIFA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잉글랜드 출신 감독들이 전 세계에서 존경받았다”며 “하지만 지금 영국인 감독을 둔 외국팀이 어디 있나. 또 외국에서 뛰는 영국 선수가 누가 있나”라고 목청을 높였다. 겉으로는 영국 축구를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 축구의 블랙홀인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비난한 것이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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