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야구단 환영 … 가입금은 더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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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로야구 현대의 헐값매각 논란과 관련, KT와 재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8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8개 구단 사장단(KIA는 회사 사정으로 한화에 권리를 위임한 뒤 불참)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연 뒤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 총장은 “KT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는 것이 이사회 결의사항”이라며 “KT와 가입금 인상을 놓고 다시 협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 총장은 이어 “이사회에서 8개 구단이 유지되기 위해 KT의 창단을 전폭 환영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KBO는 KT와의 재협상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한 뒤 가입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이사회의 결정은 지난해 12월 27일 신상우 KBO 총재가 발표한 KT의 가입금 60억원에 서울 연고권 무상 제공의 방침을 사실상 뒤집는 것이어서 KT의 대응이 주목된다. KBO가 KT와 벌일 재협상 내용은 프로야구에서 가장 큰 시장인 서울 연고권을 갖는 데 따른 충분한 수준의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울 연고권을 가진 두산과 LG는 “20여 년간 프로야구판을 키워온 대가를 보상하지 않고 가장 큰 시장을 공짜로 내준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해 왔다. 가입금 60억원에 대해서도 인상을 주장하는 구단들이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KT가 당초 협상 결과와 달리 KBO의 추가 비용 부담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헐값매각 논란에 따른 여론의 동향에 부담을 느낀 KT가 재협상에 나서더라도 돈을 더 낼 수 없다고 버틸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현재 KT 외에는 현대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다른 기업이 없기 때문에 매달려야 하는 쪽은 오히려 KBO나 기존 구단들이다. 현대가 해체돼 7개 구단으로 줄어들 경우 경기 수가 현재 팀당 126경기에서 100경기 수준으로 감소하고 4강 플레이오프 체제가 무너져 프로야구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KT는 이날 KBO 이사회 결정에 대해 “한 구단의 반대도 없이 모든 구단이 가입을 환영해줘 감사한다. KBO 이사회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상우 총재는 이날 이사회 모두 발언에서 “그동안 매끄럽지 못했던 일 처리에 대해 사과한다. 구단의 권위에 상처를 입힌 점에 대해선 책임을 어떻게 질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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