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정부 수립후 민주선거-러시아 점령 체첸의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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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로즈니의 대통령궁이 함락됨에 따라 체첸문제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제부턴 군사행동이 진정되고 러시아연방을 다시 확립하는 정치적 측면이 강조될 것이다.
군사작전도 중단되고 내무부 보안군에 의한 평정작전으로 바뀔 것이다. 게릴라전 여부는 두다예프가 남부에 병력을 집결시켜 놓았으므로 불가피하다는 견해와 그같은 정보자체가 허구라는 견해가엇갈리고 있다.
일단 체첸자체에 대한 대책은 복잡하지 않다.
정치일정을 추진함과 동시에 민생안정대책을 실시하는 것이다.
체르노미르딘총리는 17일 연설에서「과도정부 수립이후 민주선거」를 기본구도로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옐친대통령.체르노미르딘총리.슈메이코 상원의장.리브킨 하원의장의「4자회동」에서 합의한 대로 구 소련시절의체첸-잉구세티아 지방 소비에트를 부활시켜 이 기구를 중심으로 정권창출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이미 체첸에는 구소련 석유장관을 지낸 살람베크 하지예브의 체첸임시정부가 활동하고 있어 그가 과도정부책임자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정부는「괴뢰정부」시비에 시달리고 테러공격의 대상이될 것이므로 군병력을 주둔시켜야 하는 부담을 러시아정부는 갖게될 것이다.
경제재건도 중요한 과제다.
체첸부흥을 위해 필요한 액수는 3.5조루블에서 7조루블까지 다양한 추계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 중앙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로즈니 함락은 동시에 옐친에게는「승리」로 자축되고 대선을 겨냥한 본격 정치공세를 펼 계기가 될 것이다.
벌써 하원을 대통령이 2월2일 해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의회해산권을 행사할수 있는 최종일이 2월2일 이기 때문이다.
반옐친성향의 의회를 해산하고 전혀 새로운 성향의 의회를 만들어 임기연장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이와함께 군에 대한 조치도 진행중이다.
벌써 체첸작전책임자 자리를 거부했던 보로비요프중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됐고 체첸침공을 비판했던 차관급 장성 3명의 보직을 아예 없애 이들을 거세했다.
이는 떠돌고 있는 쿠데타설에 대한 예방조치이며 군내 통치권 확립을 재확인한다는 성격도 갖고 있다.
크렘린 내부의 권력투쟁도 진행돼 체르노미르딘 총리와 슈메이코상원의장.리브킨 하원의장 등이 옐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安成奎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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