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같은 뮤/지/컬 '컨페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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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 카페 한 켠에 놓인 피아노, 그리고 들리지 않는 사랑 고백. ‘컨페션’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뮤지컬이다.
춘천의 ‘레일로드’ 카페를 배경으로 가수 지망생인 태연과 청력을 잃어가는 작곡가 주현의 이뤄질 듯 이뤄지지 않는 사랑을 그린다.
신파조로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컨페션’은 사랑의 ‘떨림’보다는 ‘따뜻함’으로 감싸 여운을 남긴다. 2006년 초연에 이어 이번 시즌2 공연에서도 관객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이유다.

귀가 점점 들리지 않는 것에 좌절한 주현은 오랜 연인 사이였던 톱 가수 혜미와 헤어진 상태. 무작정 노래 할 무대를 찾아 카페에 온 태연은 그런 주현을 짝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주현과 혜미는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단 한 번도 마음을 전하지 못한 태연은 혜미를 위해 피아노를 치는 주현 곁에서 혼자만의 사랑 고백을 한다.
알싸한 태연의 짝사랑과 주현의 생채기 난 사랑, 좌절한 연인을 향한 혜미의 힘있는 사랑이 제각각의 색깔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드라마 부분이 강화되면서 세 사람의 사랑에 담긴 메시지가 초연 때보다 더 뚜렷해졌다. 비오는 날 기찻길 위에서 태연과 주현이 듀엣으로 들려주는 ‘이런 느낌이겠죠’는 감미롭고, 다시 무너지는 주현을 향하는 혜미의 ‘약속해요’는 간절하다.
이야기와 노래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무얼까’ ‘난 그게 사랑이라 말하죠’ 등 초연 때보다 4개나 늘어난 뮤지컬 넘버가 작품의 정서적 깊이를 더한다.
아르바이트생 정미와 주인 아저씨의 감초 역할도 눈여겨 볼 만하다. 허를 찌르는 유머,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춤과 노래로 잔잔한 극의 흐름에 물결을 일으킨다. 1인 다역의 정미는 시원한 가창력으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칵테일바, 피아노, 무대 위에 그려진 건반, 기찻길 등 꼼꼼하게 채워진 무대는 극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젊은 연인 뿐만 아니라 아련한 첫사랑을 추억하고픈 중년 관객도 챙겨볼 만한 공연이다.

‘뮤직 인 마이 하트’ ‘폴 인 러브’의 작가 겸 연출가 성재준의 원작으로, ‘밑바닥에서’를 통해 이름을 알린 왕용범이 연출을 맡았다. 감수성 넘치는 음악은 박초롱이 작곡했다.
초연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따뜻한 내면연기를 보여준 윤공주가 시즌2에서도 태연으로 출연해 김우형(주현)과 뮤지컬 ‘올슉업’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다. 문성혁(카페 주인), 임은영(정미), 문지원(혜미) 출연.
2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평일 오후 8시, 주말·공휴일 오후 3시·7시. R석 3만5000원, S석 2만5000원. 문의 02-501-7888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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