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에선 내가 주인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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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무대였다. 둘이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허커비가 승리했다. 그러나 무대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로 옮겨진 지금 주인공 한 명이 바뀌었다. 허커비가 빠지고 존 매케인(71) 상원의원이 등장했다. 롬니는 매케인의 경쟁상대로 남아 있다.

 뉴햄프셔는 원래 롬니의 독무대였다. 매사추세츠의 이웃인 이곳에 롬니는 다른 후보들이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많은 돈을 쓰며 오랫동안 선거운동을 했다. 그 덕분에 항상 압도적인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2000년 뉴햄프셔 대선 후보 경선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텍사스 주지사를 꺾은 매케인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CNN 방송이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매케인(32%)은 롬니(26%)를 앞섰다. 같은 날 나온 유에스에이 투데이와 갤럽 조사에서도 매케인(34%)은 선두였다. 롬니 지지율은 30%였다. 매케인은 이날 “내가 이긴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AP통신 등 미 언론은 “매케인이 부활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8일의 프라이머리 승자는 매케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매케인은 베트남전 전쟁영웅이다. 1967년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한 그는 23번째 출격에서 전투기가 격추당하자 탈출했으나 포로가 됐다. 그는 5년반 동안 포로 수용소에 있으면서 여러 차례 고문당했다. 그 후유증으로 그의 양팔은 머리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81년 대령으로 예편한 그는 연방 하원의원을 두 번 지내다 86년 상원에 진출했다. 현재 4선이다.

 매케인이 뉴햄프셔에서 승리할 경우 공화당 경선 판도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롬니가 경쟁에서 탈락하고 매케인과 허커비, 그리고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3파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롬니가 뉴햄프셔에서 이길 경우 매케인은 경선 무대에서 떠나야 할지 모른다. 매케인과 롬니가 다른 후보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서로 흠집내기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건 이런 운명 때문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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