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권력 기웃거리는 교수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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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명지대가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교수직 복귀 문제를 놓고 소란스러운 모양이다. 교수 임용 한 달 만에 휴직했던 김 처장은 다음달 공직에서 물러나면 명지대에 복직할 생각이다. 하지만 교수들의 반대가 만만찮아 복직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처장의 복직 논란은 우리 사회의 ‘권력과 교수’ 문제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한다.

교수의 정치 참여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는 폴리페서(Polifessor)란 신조어가 일상화됐을 정도다. 이명박 후보 캠프에만 수백 명의 교수들이 기웃거렸고 대통령직 인수위에도 교수들이 넘쳐나고 있다. 논공행상 효과가 빚어내는 결과다. 지난 대선 노무현 캠프에서 활동했던 교수 중 상당수가 공직에 발탁되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봐 온 것이다.

 교수의 공직 진출 자체를 나무랄 순 없다.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인재 풀이 작은 나라에서 교수는 훌륭한 인적자원이다. 국가 발전을 위해 자신의 지식을 정부에 전달하고 정책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뭐가 문제이겠는가. 교수의 지식과 식견이 나라에 유용하게 쓰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문제는 공직에 나가는 교수들의 자세다. 본업이 뭔지 성찰한 뒤 그래도 공직에 나갈 것이라면 처신이 깨끗해야 한다. 공직과 교수직 중 하나를 골랐다면 진로에 따른 적절한 처신을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대부분 공직 진출 교수들은 교수직이라는 ‘보험’을 포기하질 못한다. 노무현 정부의 교수 출신 국무위원 12명은 모두 휴직을 했다. 사직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국회의원들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대부분 휴직 상태다.

이래선 대학이 정상 운영되기 어렵다. 교수가 공직 진출을 이유로 장기 휴직하면 대학과 학생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정치권력에 오염될 소지도 높다. 한 우물을 파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무슨 연구를 하겠는가. 대학교수를 권력의 통로로 이용하는 나라는 아마 한국뿐일 것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시카코대학에서 헌법을 가르친 교수였다. 그러나 상원에 진출하기 전 교수직을 그만뒀다. 교수가 정부에 참여할 때 대학에 사표를 내야 하며 그것이 정도다. 우리나라가 공직 진출 교수들에게 복직 보장이란 특권을 주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어설픈 지식을 갖고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는 기회주의 교수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권교체기마다 수백 명의 교수가 정당과 권력 주변으로 몰려다니는 나라, 부끄럽지도 않은가. 곧바로 사직하는 게 문제가 있다면 미국의 경우처럼 휴직 기간이 2년을 넘을 경우 사직하도록 하는 방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서강대가 2005년 공직 진출과 관련된 휴직은 한 번만 허용하는 걸로 정관을 바꾼 것이 좋은 예다. 물론 사직 교수가 공직을 마치고 경력을 인정받아 대학 구성원의 환영 속에 강단에 다시 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교수의 정치 참여에 대한 올바른 규범이 자리 잡을 때 정치문화와 국가정책의 질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대학을 살리는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