貸株制 시행 1년 "하나마나"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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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묘책」이라고 시행했으나 1년이 지나고 나니 역시 「하나마나한 제도」로 판정이 나고만 증시정책이 하나 있다.17일로 시행1년을 맞은 대주(貸株)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주가가 연초부터 급등세를 보이자 1월14일 대주제 시행을 골자로 한 진정책을 마련,1월17일부터 시행에 나섰었다. 투자자가 증권사 보유주식을 빌려 시장에 판뒤 매각대금은 증권사에 4%의 이용료를 받고 맡기고,최장 1백50일 이내에 맡겨놓았던 돈으로 해당 주식만큼을 도로 사서 증권사에 갚는것이 대주제다.
따라서 대주제를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주식을 빌리는 동안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본다.
예컨대 주당 1만원 하는 주식 10주를 증권사로부터 빌려 매각,현금 10만원을 챙긴 뒤 주가가 8천원으로 떨어졌을 때 8만원을 주고 증시에서 10주를 사서 이를 갚으면 2만원을 벌게되는 것이다.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 융자」를 이용할 때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는 것과는 반대다.
대주제는 따라서 우량주식을 일반투자자들도 손에 쥘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과 증권사 보유주식을 증시에 풀어놓음으로써 주가상승을 누그러뜨리려는 「실리」를 노린 대책이었다.그러나 시행 당시 860~870선이었던 종합주가지수는 요즘 9 50~96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반면 대주 잔고(殘高)는 최근 1백70억원대에 불과하다.1조7천억원대의 신용융자 규모(지난 12일 현재 1조7천4백59억원)에 비해 1백분의1정도에 지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증권당국의 시장개입이 증시에 얼룩만 남겼을 뿐 기대했던 효과도 제대로 거두지 못했고,대주제는 「있으나마나 한 제도」로 전락한 셈이다.
지난 1년동안 대주 규모는 그림에서 보듯 주가가 떨어질 때는늘다가 주가가 오르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는 주가추이에 따라 대주 규모가 좌우되었다는 이야기지,당국의 의도대로 대주 제도가 주가를 좌우한 것은 아니었다.
대세 상승기에는 투자자들이 대주제를 잘 이용하려 하지 않는 반면 주가 하락기에는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주식을 빌 려주려 하지않기 때문이다.이처럼 쉽고 당연한 원리를 생각 못하다니 증권당국도 때로는 판단이 흐릴 때가 있는 모양이다.
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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