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月旦評-매달 초하루에 하는 주위인물에 대한 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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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조조(曹操)는 일세의 영웅이다.성품이 호탕했던만큼 어려서부터병서를 탐독하는가 하면 주위의 호걸들과 자주 어울렸다.
우리가 지금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읽을 수 있는 것도 그의 덕분이다.그는 이 책에 최초로 주석(註釋)을 달았다.
그가 한창 호걸들과 어울리고 있을 때 하남성(河南省)여남(汝南)땅에 허정(許靖).허소(許)라는 두 형제가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매달 초하루만 되면 주위의 인물을 골라 평가하곤 했는데 어찌나 정확했던지「여남의 월단평(月旦評)」이라면 모르는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 소문을 들은 조조도 호기심이 발동했다.하루는 두 사람을 찾아가 자신에 대한 평을 부탁했다.
하지만 허소는 그의 위인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좀처럼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조조가 다그치자 그제서야 못이기는척 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태평성대에서는 유능한 정치가지만 난세에는 천하를 뒤흔들 수있는 영웅입니다.』 조조는 그의 평에 크게 흡족한듯 껄껄 웃었다.마침내 그의 말을 믿고 황건적의 토벌에 나서 큰 공을 세우고 영웅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일 허소의 월단평이 없었더라면 아마 중국의 역사는 다시 쓰여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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