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특수효과 담당한 노준용 KAIST 교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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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10면

“영화 ‘괴물’은 할리우드 출신 괴물을 썼지요. 순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는 ‘디워’도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는 외국산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 투자해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노준용(37·사진) 교수는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과 함께 영화에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생물’을 만들고 있다. 어류·파충류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했다.

노 교수는 2006년 말 KAIST에 부임하기 전까지 할리우드 ‘리듬&휴즈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시각효과 분야에서는 ‘스타워즈’의 조지 루커스 감독이 이끄는 ILM이나 드림웍스에 맞먹는 곳이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영화 ‘나니아 연대기’ ‘슈퍼맨 리턴즈’ ‘해피 피트’ 등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참여했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영화에 딱 맞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지요.”

노 교수는 한국 CT 산업은 참여자들의 ‘장인 정신’에 지나치게 기댄다고 지적했다. 컴퓨터 그래픽 산업의 경우 디자이너들의 역량과 열정은 뛰어나지만, 대량 판매되는 외국산 소프트웨어로만 작업하기 때문에 표현에 한계가 있고, 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 비해 국내 시장이 워낙 작아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소프트웨어 개발은 외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예산·시간·인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나니아 연대기’를 제작할 때, 카메라로 찍은 2차원 배경을 몇 분만에 3차원으로 자동 변환시키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 전까진 장면마다 하루 꼬박 걸려서 디자이너들이 수작업을 했으니까, 능률이 몇천 배 올라간 것이죠.”
노 교수는 “CT는 전 세계가 시장”이라며 이제는 한국도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드림웍스가 ‘슈렉’ 한 편으로 10년치 수익을 벌었다고 하질 않습니까.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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