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유통이젠달라져야한다>4.농산물 유통개선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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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충북제천에 사는 배추재배 농민 박성렬(朴星烈.35)씨는 지난해 12월 김장배추를 직접 서울에 갖다 팔겠다고 나섰다가 낭패를 봤다.
4.5t트럭 다섯대분을 재배했는데 서울가락동 도매시장에서 차당 1백50만원씩 경매되는 것을 산지수집상들은 차당 85만원씩모두 4백25만원을 쳐주겠다고 했다.차당 65만원씩 모두 3백25만원의 차이를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던 朴씨에게 마침 군(郡)농민회가 서울아파트단지에 직거래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더욱마음을 들뜨게 했다.朴씨는 서울에 올라가 도매가인 차당 1백50만원씩에만 팔아도 직거래를 위한 트럭임대료.운전사일당등 2백만원의 경비를 제외하고 산지수집상에 게 넘겼을 때보다 1백25만원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가만히 앉아 밭떼기로 넘겼을 때보다 25만원이적은 4백만원을 건지는데 그쳤다.씨앗값,농약.비료대,품삯등 영농원가를 감안하면 소득이 있었는지조차 분간하기 힘든 액수가 된것이다. 朴씨의 결정적인 실수는 운송중의 제품손실비.쓰레기청소비등 다양한 유통비용을 감안하지 않은데 있었다.게다가 배추는 시간이 흐를수록 신선도가 떨어져 서너시간만 지나도 가격이 절반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朴씨의 사례 는 농산물유통이 개선되려면 유통단계의 축소 못지않게 물류차원에서의비용절감대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김장배추의 총 유통마진중에서수송비.제품손실비.선별포장비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69.7%에 이르고 나머지 30.3%가 상인의 이익으로 챙겨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장무와 풋고추등 주요 농산물도 이 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농산물은 가치에 비해 부피가 커 일반적인 공산품보다 유통비용이 특히 많이 들어 물류.규격화.포장화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농협 유통조사부의정태호(鄭胎鎬)박사는 『일본 등은 산지에서부터 배추나 무까지 즉석에서 김치를 담글 수 있도록 썰어 포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최소한 이같은 반가공형태로 유통시키는 체제를 만들어야 중간손실률을 줄이고 적정한 가격으로 농민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가게 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락동도매시장의 경우 하루평균 청과물 거래량 6천5백7t 가운데 8%인 5백38t이 쓰레기로 처리될 정도로 중간 손실률이많은 것을 감안할때 산지에서 완전가공 또는 반가공 상태의 규격포장체제가 시급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민들이 생산자 단체를 조직,생산 뿐만 아니라 가공과정까지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예컨대 무 산지에서는무 생산자조합을 결성하고,고추 산지에서는 고추생산자조합을 결성하는 방안』이라고 김동태(金東泰)농림수산부 제2 차관보는 제안하고 있다.
金是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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