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사실로 굳어진 김종필 퇴진-비밀회동이후 여권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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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민자당대표의 극비회동이언론에 노출되면서 金대통령은 몹시 언짢은 모습이다.金대통령은 12일 오전 한승수(韓昇洙)비서실장과 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을청와대본관으로 불러 노출된 경위를 묻고 불쾌한 심경을 숨김없이표현했다.
金대통령은『金대표와 만나는 사실을 사전에 韓실장만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흘러나갔느냐』고 했다.李정무수석은『대통령께서 의아해하면서 걱정했다』고 전했다.
金대통령은 JP와의 회동에서「당의 개혁과 세계화」방향,JP의위상변화문제에 대해 충분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李정무수석은『金대통령의 성격으로 봐서 우회적으로 표현하거나 할말을 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金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언급을 했는지,또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다만 당내 민주계와 청와대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유추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金대통령이 JP에게 당 부총재나 당의장등 또다른 자리를 제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金대표에게 당의 세계화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뜻을 전달했을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다른 핵심측근도『당연히 JP의 거취문제가 언급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金대통령의 의중은「JP 2선후퇴」입장이 확고하다는 얘기다.그와중에『JP가 일단 물러서면 15대 국회에서 전국구1번을 주고국회의장직을 보장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金대통령의 스타일로 보거나 JP의 수용가능성 측면에서 실효성 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金대통령은 설 전에 金대표와 다시 한번 만날 것이 확실시된다.민자당내에서도 JP를 제외한 당직자들과 중진들간에 JP의 퇴진문제를 기정사실화하는 공감대 형성작업을 추진중이다.
이 작업은 이번 주말과 내주초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될예정이다.당내 공론화.여론화작업과 함께 청와대의 JP에 대한 퇴진 압박도 강화될 전망이다.결국 金대표는 당 안팎의 공세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따라 내주 초.중반,늦으면 金대표의 미국행(21~25일)이 끝난뒤 26,27일께 공개적인 청와대 회동이 있을 전망이다.한 관계자는『金대통령과 JP가 환히 웃는 그림이 그려져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JP를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金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한 것같다.또 그런 측면에서 JP에 대한 여러가지 압박과 설득작업이진행되고 있으며 JP주변 인맥들에 대한 정지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金대표는 12일 金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었다.그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가졌으나『나는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쪽은 회동사실을 시인했다.그러나 회동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다만『金대통령의 스타일상 모든 문제를 거론했을 것』(한 고위관계자)이라고 말할 뿐이다.
아무튼 지금 시점에서 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그러나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든 상호간에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았을것으로 관측된다.회동직후 金대표 표정이 좋지 않았던데다 언행은더 거칠어졌기 때문이다.
10일 회동을 마치고 당사로 돌아온 金대표는 기자들이『청와대에서 오는 길이냐』고 묻자『내가 여러분에게 일일이 보고해야 되느냐』고 짜증을 냈다.그는 그리고는 의원회관으로 가 문을 걸어잠갔다.마침 김용진(金容鎭)신임은행감독원장이 인 사차 그를 방문했으나 만나주지 않았다.
金대표는 회관에서 한동안 숙고한뒤 강성(强性)으로 변했다.그는 이날 저녁 고향(부여)출신 공무원 모임인「백강회」신년하례식에서『앞으로 여러고비가 예상되지만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金대표는 다음날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그는 이날오전 당사로 찾아온 6.25참전 동우회회원들에게『세상이 발전하면서 변할게 있지만 변화돼선 안될 것도 있다』고 말했다.
오후엔 새마을연수원에서 있은 여성당원연수회에 참석,먼저 기자들에게『과거 민정당도 따지고보면 근간은 舊공화당이다.공화당에 몸담았던 사람을 빼면 어디 쓸만한 사람이 있느냐』고 말했다.공화계와 민정계에 애정을 보내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세(勢)를의식한 언행으로 보인다.
연수에서는『요즘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최소한의 도덕조차 저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개탄했다.누구에게 들으라고 하는말 같기도 했다.
金대표는 이처럼 대통령을 만났음에도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일종의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상대편에겐 자극적이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동정을 모을수 있는 말들을 잔뜩 토해내고 있다.그래서인지사람들도 골라가면서 만나는 것같다.때문에 또 한 차례의 청와대회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金斗宇.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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