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소기업 지원, 강화하되 한계는 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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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중소기업인들과 만났다. 대기업 총수·경제연구소 대표들에 이은 세 번째 경제인 간담회이지만 굳이 순서에 얽매여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이 당선인이 “앞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펴겠다. 경제살리기에는 중소기업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며 화끈하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기업은 자율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길만 터 주면 된다”며 “그러나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맞춤형 중소기업 지원’에 비중을 둘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중소기업은 경제의 체온계라 할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은 300여만 개로 전체 사업체 수의 99.8%나 된다. 고용은 1077만 명으로 전체 고용의 88.1%를 차지한다. 그동안 경제 지표는 괜찮은데 체감경기가 나빴던 것도 수출 위주의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경제살리기 온기를 윗목까지 퍼지게 하려면 중소기업 활력을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 일자리 만들기와 서민 가계의 주름을 펴는 데도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동안 대기업이 원가압박을 통해 중소기업에 비용부담을 전가하는 약탈적 관계도 간간이 목격됐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방해하는 걸림돌도 적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이 당선인이 대기업 총수들에게 “중소기업과 같은 길을 간다는 인식을 가져 달라”며 상생협력을 주문한 것이나,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상속세를 줄여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혹시 간과할지 모르는 두 가지 점은 미리 짚어 두고 싶다. 우선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대립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대기업은 규제하고 중소기업은 지원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접근은 금물이다. 또 하나는 중소기업 지원에도 분명한 한계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퍼주기식 보호정책이 중소기업의 체질만 약화시켰던 부작용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 지원은 기술·연구개발 분야의 자생력 확보 수준에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