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주부 고민상담 고부관계보다 부부갈등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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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최근 한국의 도시 주부들 중에는 고부(姑婦)관계나 자녀교육등전통적인고민 외에 「부부갈등」이 커다란 고민거리로 나타나 신경정신과의나 카운셀러등 전문적인 상담등이 필요한 경우가 늘고있다. 이는 서울과 인천의 「여성의 전화」 94년 상담통계에 나타난 것으로 남편과의 극단적인 부부위기인 「구타」(27%)나 「외도」(16.5%)못지않게 「부부갈등」(17%)이 주요 문제로나타났다.
83년부터 상담을 시작한 서울 「여성의 전화」의 12년간의 상담추세를 보면 우리사회에서 쉬쉬하며 감추어온 「매맞는 아내」의 문제가 크게 사회 문제화한 90년대초 이와 관련한 상담건수도 급격히 증가(연 50%)하는 것이 우선 눈에 띈다.
특히 구타와 같은 속도로 상담이 증가하고 있는 경우가 「부부갈등」.「부부갈등」 중에서도 의처증.주벽.경제적 무능력.도박처럼 문제상황으로 인정되는 이유가 아닌 「성격차이」와 「성생활불만」이 부부갈등의 50%를 차지하고 있어 가장 평 범한 상황도가장 심각한 상황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성격결함들,상대방만을 비방하는 아집의 대결,아내의 요구에 무심한 일방적이거나 빈곤한 성생활,피곤하기만 한 맞벌이 부부의 가사분담승강이,나이가 들수록 애정표현을 도외시하는 부부간의 무덤덤함등이 불만의 내용 들이라고 김순종(金順從.성남 여성의 전화 전문위원)씨는 말한다.
「성격차이」나 「성생활 불만」은 아내가 부부간의 문제로 호소하기에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남편이 외도를 하지않고 생활비를 잘 대주기만 하면 나머지는 참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던 전통적 아내상이 부부행복을 적 극적으로 추구하는 아내상으로 변화하면서 성격차이나 성생활 불만등을 이유로 불행감을 느끼고 이를 표출하는 아내의 수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87년부터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1박2일코스의 「부부행복만들기」라는 부부 성장 프로그램을 지도해오고 있는 金씨는 『예전에는 남편이 참여를 주도했으나 맞벌이부부가 증가한 90년대에 이르러서는 아내가 더 적극적으로 등록을 하는등 부부 관계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여성의 증가가 확연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부부는 갈등을 공개적인 방법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외면해 버리거나 참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아내의 경우는 그런 경향이 심하다.환자중 70%가 여성이라는 황광민(黃光敏.신경정신과 전문의)박사는 『부부갈등을 문제로조차 제기하지 못하고 10~25년을 참아온 30대후반에서 50대 부인들의 경우 두통.소화불량등의 신경성 질 환에 장기간시달리며 내과.한의원등을 수년간 찾다가 결국 신경성임을 깨닫고심리상담을 하러 온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 중요한 것은 부부갈등이 아내와 남편이라는 두사람 사이에서발생한 상호관계임에도 부부가 같이 심리상담을 받지 않고 부인 혼자만 병원을 찾아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혼율이 높은 미국등 서구국가에서는 부부상담(Marriagecounseling)만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시설이 많으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미개척분야.따라서 「여성의 전화」 각 지부등에서는 부부성장프로그램을 확충해 부부갈등 해소에 나 서겠다는 계획을 갖고있다.
부부갈등이 이혼.외도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문제의 외면이 아닌 적극적 대처가 배우자 모두에게 요구된다』고 박인혜(朴仁惠.인천 여성의 전화 총무)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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