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대통령과 경영교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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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구루」(guru)는 힌두교의 교부(敎父)를 말한다.교리를 깨우쳐주는 정신적.영적(靈的)지도자다.기업에 경영의「복음」을 전파하는「전도사」를「경영의 구루」로 부른다.피터 드러커가 「구루중의 구루」다.
드러커는 빈에서 태어나 프랑크푸르트대학을 나온 독일인 학자였다.나치 박해를 피해 미국(美國)으로 온 후 경영학의 톱 스쿨들과는 담을 쌓고 캘리포니아의「오지」(클레어몬트대학)에서 홀로「빛」을 발하고 있다.
베스트셀러『탁월함을 찾아』(82년)와『해방경영』(92년)의 저자 톰 피터스,근년들어「리엔지니어링」의 전도사 마이클 해머가신흥「구루」다.
「구루」의 「복음」이 곧 과학은 아니다.드러커는「학자라기보다저널리스트」란 비판을 받는다.새로운 현상이나 흐름을 모아 재빨리 일반화하는 재주가 탁월하다는 얘기다.피터스가 82년에 예로든 「탁월한 기업들」중 3분의2는 지금 고경( 苦境)을 헤매고있다. 미국의 클린턴 백악관은「정부의 재창조」를 기획하면서「리엔지니어링의 전도사」해머를 초청,특강을 들었다.
지난 정초에는 캠프 데이비드별장으로 일단의「경영 구루」를 초청,대통령으로 거듭나기 위한「르네상스 토론회」를 가졌다.초청손님 스티븐 코빈은 5백만권이 팔린『효율을 낳는 일곱가지 습성』의 저자다.
『내부에 잠자는 거인을 깨우라』를 쓴 앤터니 로빈스는「역전 드라마」의 전문가다.역사적 인물의 심리적 영향력을 연구하는 「심리사학자」도 초빙됐다.패배를 딛고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는 클린턴의 집념의 일단이다.
국가적 리더십과 경영과의 관계가 궁금해진다.「올바른 일을 행하는 것이 리더십이고 일을 옳게 행하는 것이 경영」이라고 드러커는 정의한다.
성공의 사닥다리로 오르는 기술이 경영이다.사닥다리를 어디에 어떻게 기대는 가는 리더십의 소관이다.클린턴의 경우 정책의 「판매」보다 정책의 방향과 그 형성과정이 문제였다.
기업경영에서 적자는 죽음이다.국가경영에서 적자는 때론 필요악이다. 지도자에게 치명적인 것은 재정적자도 무역적자도 아닌 리더십과 그 정책에 대한「신뢰의 적자」다.
유능한 관리자를 향한 대통령의 경영교습은 곧「제왕적 대통령직의 종언」을 의미한다.대통령이 지도자도,유능한 관리자도 못될 때 국민들은 참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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