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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시니카’ 온다 <하> 올림픽으로 스포츠 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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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미국을 바짝 뒤쫓았던 중국이 올해 베이징(北京) 올림픽에서는 미국을 꺾고 세계 1위의 스포츠 강국으로 등장할 것인가. 13억 중국인은 모두 이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를 선두에서 이끄는 사람은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세계 육상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황색 탄환’ 류샹(劉翔·24)이다.

“제 어깨 위에는 13억 중국 인민이 있습니다.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오직 훈련에만 매진하고 있습니다.”

 류샹은 8월 열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을 선언했다. 그는 최근 국내 지인과의 메신저 통화에서 “오직 올림픽 금메달만 생각하고 있다.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도, 여행을 다니며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먹는 것도 올림픽 이후로 미뤘다”고 말했다.

 ◆미국 아성 위협하는 중국 육상=류샹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양인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육상 트랙 남자 110m 허들에서 처음 금메달을 따낸 철각이다. 2년 후인 2006년 7월엔 12초88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8월에는 세계선수권대회마저 제패해 이 종목 세계챔피언으로 군림하고 있다. 1m89cm의 큰 키에 수려하고 서글서글한 외모, 겸손한 매너로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농구스타 야오밍(姚明)보다 중국인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듬해 중국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그의 올림픽 투혼 스토리가 실릴 정도로 중국 청소년들에겐 우상이다.

 류샹은 지인과의 통화에서 “인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솔직히 부담스럽다. 그중에서 쿠바의 다이런 로블스(20)가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세계 유수의 대회를 모조리 석권한 류샹이지만 지난해 로블스에게 두 차례 패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남은 7개월 동안 착실히 훈련하면 충분히 금메달을 따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샹은 글로벌 기업인 코카콜라와 나이키의 모델이다. 모델료와 각종 경기 출전 수당 등으로 1년에 4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개인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훈련에 지장을 받을까 봐 이들 브랜드의 TV 광고 촬영도 지난 연말에 모두 끝냈다. 국제육상계는 류샹·쉬둥펑이 올림픽 금·은메달을 석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을 넘는 황색 돌풍=이들을 앞세워 중국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의 아성을 허물고 사상 처음 여름올림픽 종합 1위 등극을 노리고 있다.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세계 초강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연속 종합 4위를 차지한 중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러시아를 따돌리고 2위에 오르며 1위 미국을 압박했다. 미국이 금·은·동메달을 합쳐 102개를 따낸 데 비해 중국은 63개에 그쳤지만 금메달 수로만 따진다면 32개로 미국(36개) 턱밑까지 추격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이 세계를 호령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올림픽위원회는 중국이 전체 302개의 금메달 가운데 48개를 획득, 미국(37개) 및 러시아(32개)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강한 다이빙과 배드민턴·탁구·사격·역도 등의 강세를 앞세워 육상·수영 최강국인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이빙은 6개, 배드민턴은 5개, 탁구는 4개, 사격과 역도는 각각 1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어 이 종목에 대한 성적이 종합 1위 여부를 결정한다. 중국은 '다이빙 여제’ 궈징징 등을 앞세워 아테네 올림픽에서 6개의 금메달을 독식해 라이벌이 없는 상황이고 탁구 또한 남자부의 왕하오, 여자부의 장이닝을 필두로 세계랭킹 상위권을 점령하며 금메달 싹쓸이를 노리고 있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격과 배드민턴의 남자 단식 및 여자 복식이 금메달 후보 종목이다.
 

◆1위 달성 위한 전략·전술 가동=‘스포츠도 세계 1위’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은 10여 명의 해외 유명 감독을 초빙해 대표 선수들을 집중 조련하고 있다. 여기엔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의 일본인 코치 이무라 마사요, 남자 농구의 카즈라 우스카스(리투아니아), 여자 농구 메이허(호주), 남자 축구 두지코비치(세르비아), 여자 하키 김창백(한국) 등 종목별 세계적 지도자들이 망라돼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야망이 구체화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개최국 텃세’다. 각국에서 중국 전지 훈련을 희망하고 있지만 스포츠 당국은 자기들과 경쟁 관계가 없는 국가·종목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신동재 기자

◆팍스 시니카(Pax Sinica)=중국이 세계를 대표할 만한 유일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상황을 일컫는다. ‘평화’를 뜻하는 팍스(Pax)와 ‘중국’을 뜻하는 시노(Sino)를 합친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 평화를 뜻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에서 따왔다. 일부 서구 언론은 세계은행 보고서 등을 근거로 중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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