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맞수>한국도자기.행남자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순백색 우유빛깔의 훈훈한 본차이나를 자랑하는 한국도자기,청자빛깔의 은은한 울트라파인을 생산하는 행남자기.이 두회사는 일제시대인 40년대부터 우리네 근대식 그릇문화를 선도하면서 경쟁해온 맞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내 도자기의 세계정상 정복을 위해서는 이 두회사의 선의의 경쟁은 더욱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있고 양사 임직원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어 할일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행남자기는 42년 故 김창훈(金昌勳)회장이 창업했고,한국도자기는 故 김종호(金鍾浩)회장이 59년 충북제도사(43년 설립)를 인수해 키운 회사로 도자기 진출시기는 행남이 앞선다.
그렇지만 사업전개 스타일만큼은 큰 차이가 난다.
행남자기는 도자기 원료 개발을 적극 추진하는가 하면 제조공장도 지어 일관되게 도자기 전문업체로서의 도약을 꾀해 왔다.
그에 비해 한국도자기는 도자기를 전문으로 하면서 로제화장품.
수안보파크호텔등 사업다각화에도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두 회사는 회사 이미지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한국도자기는 영국산 도자기인 본차이나등 서양풍을 가미한 도자기를 많이 생산한다.또 수도권에 가까운 청주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에도시풍 색채가 짙다.
행남자기는 80년대 중반까지 목포등 지방도시를 대상으로 판매활동을 왕성하게 전개해왔고 행남(杏南)이란 회사명도 남쪽에 핀살구꽃을 뜻할 정도로 전원풍을 선호한다.또 우리 고유의 도자기를 재현한다는 생각이 강해 불순물을 극소화한 초 정자기(超精磁器)인 울트라파인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김동수(金東洙)한국도자기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인김성수(金聖洙)씨가 사장,金회장의 장남인 영신(榮信)씨가 부사장을 맡는 등 회사경영에 가족을 참여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도자기는 신설회사 설립등 주요 현안만큼은 1인오너 경영체제 못지 않게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한국도자기는 지난해 12월 1일 한국도자기등 6개계열사를 한데 묶어 한국도자기그룹을 출범시키는등 형제간에 계열사를 분할경영하기보다 金회장등 4형제들이 힘을 합쳐 사세를 더욱 키우는 쪽으로 가고 있다.
행남자기는 김준형(金浚炯)회장 장남인 용주(容柱)씨가 사장을맡아 일사불란한 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다.한국도자기보다 보수적 경영스타일을 가져 새 사업 진출등에는 비교적 소극적인 편이다.
이와 관련,행남자기 관계자는 『78년10월 구미에 창업한 행남전자기술요업이 사업부진으로 81년9월 끝내 다른 회사에 넘어갔던 일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행남자기는 도자기란 한 우물을 파기로 하고 도자기 원료와 플랜트개발등 세계적 도자기 일관생산업체로서의 성장전략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
행남자기는 최근 지방 중심의 판매전략에서 벗어나 서울등 수도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또 제품개발에 관한한 디자인의 선진화를 철저하게 추구하고 있다.이는 원료.제조플랜트 수준만큼은 세계 정상에 근접했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
한국도자기는 TV.신문 외에 버스와 지하철 게시판 등에까지 광고를 내보낼 정도로 홍보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또 대형 국내회사들의 기념품등 이른바 특판에도 탁월한 수완을 발휘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품개발전략은 고급화가 최우선이다.한국도자기가 자랑하는 본차이나 제품은 한국표준규격인 KS는 물론 영국 품질마크를 획득할정도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조직운영스타일 한국도자기는 가능하면 한 사람에게 여러가지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다.예를 들면 영업.홍보에 뛰어난 직원이라면 한국도자기 외에 다른 계열사 관련업무도 총괄토록 한다.
즉 잘하는 직원은 최대한 능력발휘를 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게 회사 방침 이다.
반면 행남자기는 꼼꼼하고 치밀한 업무처리를 요구한다.행남자기보고서나 기안서류는 우량대기업을 연상시킬 정도로 빈틈없다는 지적이다. 한국도자기가 조직운영에 능동적이라면 행남자기는 신중한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宋明錫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