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 年頭회견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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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6일 연두기자회견에서『일류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정치분야를 포함한 각 분야의 세계화등을 강조했다.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요지.
-정치가 빨리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많습니다.민자당은 이에따라 개혁을 추진중인데 민자당 총재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특히 김종필(金鍾泌)대표체제는 유지되는 것인지,3당통합정신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 다.
『작년에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이제 우리는세계화로 가야 합니다.국제화와 세계화는 근원적으로 다릅니다.국제화가 국가대 국가,경제적 측면의 의미가 있고 19세기나 20세기의 것이라면 세계화는 정치.문화.사회.예술.체 육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21세기.차세대에 대응하는 것입니다.이제 정부나 경제인의 노력만으로는 안됩니다.그런 의미에서 가장 국민과 관계있고 중요한 책임있는 정당이 세계화의 중심이 돼야 합니다.
지금 우리 민자당에서는 세계화로 가기위해 여러가지로 몸부림치고 있습니다.당명(黨名).심벌.당기.당가도 바꾸고 있습니다.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가,그리고 국민의 여망이 어디 있는지를 놓고 당에서 연구 검토하며 추진하고 있습니다.그러므로 내 자신이(이 자리에서)어떤 구체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온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당에서 충분히 협의해 세계화에 걸맞는,국민이 바라는 방향이 무엇인가 하는 차원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 민자당 후보의 공천기준은 무엇입니까.특히서울시장후보는 어떤 기준이며 민자당총재로서 앞으로 후보 지원을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알다시피 지난번에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민주당 찬조연설을 했습니다.정당정치의 기본은 그런 것입니다.내 자신은 기회있을 때마다 지자체 선거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이번 지자체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르는게 가장 큰 소망이고 지난번 통합선거법 개정때 지금보다 엄격한 안(案)을 제시했습니다.그런데 심의과정서 부드럽게 됐습니다.원래는 영국식의 강한 내용이었습니다.그러나 지금의 법이라도 엄격히 지켜지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내자신이 깨끗한 선거를 치르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후보 선정은 어떤 기준이 따로있는게 아니나 능력있고 깨끗하며 청렴해야 할 것입니다.누가 보든지 어려운일을 감당할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을 기준으로 삼을 것입니다.그리고 선거부정을 하 는 사람이 열명이 아니라 몇백명있더라도 반드시 그 지위를 박탈할 것이며 이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부정을 저질러 당선된 사람은 영원히 공직사회에서 추방될 것이며(해당지역은)재선거를 실시하게 될 것입니다.』 -지방 행정구역 개편을 지자체 선거전에 단행할 생각이 있습니까.아니면 선거후라도 추진하실 생각이 있습니까.또 비경제부처의 개편은 언제 실시할 예정입니까.
『지방행정조직 개편은 절대 필요합니다.비효율적인 지방조직이 3단계로 돼있는데 대담한 개혁이 필요합니다.그러나 일제때부터 관행처럼 돼왔고 지금 손댔다가는 지자체선거와 연계돼 솔직히 어렵게 돼 있습니다.꼭 필요하나 실질적으로나 시간적으 로 어렵고,이미 여러차례 검토했지만 시간이 촉박합니다.비경제부처 행정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지난번 정부조직법을 개정함으로써 1만명이상의 공직자가 자리 이동을 하고 1천명이 공직을 떠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너무 급하게 얘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이야기를 아끼겠습니다.』 -여야관계가지난해 매끄럽지 못했고 대통령도 야당에 인색하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앞으로의 바람직한 여야관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내 자신이 아주 어려운 시대에 야당생활을 누구보다 오래했습니다.그러므로 야당의 입장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입장입니다.그러나 이제는 민주對 반민주로 대립하던 그 시대와는 다릅니다.언론자유가 확보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민주대 반민주 구도로 여야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있을수 없습니다.미국은 대표적인 대통령중심제 국가인데 대통령이 여야 양당 총무를 모아 설명하고 있습니다.우리의 여야 관계가 과거 20~30년전 하던 방법으로 하면뭔가 잘못된 것입니다.그러므로 야당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합니다..』 -지난 연말에 대폭 내각개편과 차관급 인사에서 호남지역이 소외당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지방선거가 지역갈등 고착화 방향으로 갈 것이란 지적과 장기적 차원의 지역갈등 해소복안은 무엇입니까.
『지역안배라는 말은 세계에 없습니다.우리나라에서만 쓰고 있습니다.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능력 위주로 가다보니 그런 것이지 어느 지역을 고려한 것은 아닙니다.전라북도가 얼마나 작은 道입니까.지난번 조각(組閣)때 황인성(黃寅性)국무총 리,정재석(丁渽錫)부총리,김덕룡(金德龍)장관이 모두 그곳에서 나왔습니다.그런 말은 이해못하겠습니다.앞으로도 인물중심으로 생각해야지 이런 것(지역안배)이 오히려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요소입니다.미국의 대통령 중심제아래에서 클린턴대통령은 거의 아칸소주지사 시절의 사람을 쓰고 있습니다.부시때는 텍사스사람을 거의 데려다 썼고,그래도 비판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김정일(金正日)이 아직 국가주석과 黨총비서에 취임못하고 있는데 북한내 권력상황을어떻게 보고 있으며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은 언제쯤으로 예상하십니까.또 광복 50주년과 한일국교 정상화 30주년인 올해를 맞아그동안 한일협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북한내부에 대해 외신에서 여러 보도가 나온 것을 잘 압니다.단 하루도 비워놓을 수 없는 자리를 7개월동안 비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외국 손님들도 묻길래「내가 아는 얘기를 않는것이 좋겠다.다만 그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 이다」고 대답했습니다.한일관계는 역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광복 50주년과 국교정상화 30주년이 되는 특수한 해를 맞아양국의 지도자들이 조금 말을 아끼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그동안일본이 식민지와 관련해 반성의 얘기 를 많이 했습니다만 앞으로도 한일관계의 진실을 일본 국민들이 알게 하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일본사람들은 말을 아끼는게 좋습니다.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에서 자신들이 유고(有故)로 연기한다고 했습니다.북한에 정상(頂上)이 아직 없어 정상 이 나타났을때 자연스럽게 북한쪽에서 얘기해오는게 순서일 것입니다.실질적으로 의미있는 남북 대화가 핵심이고 이것만이 남북간에 진실한 협력을 가져옵니다.비핵화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비방만 하는 상황이 현실입니다.』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 후에도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남북경협과 경수로 지원이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십니까.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사항중 중요한게 남북간의 대화입니다.이것이 전제돼야 합니다.이것이 선행될 때 참된 남북간의 협력이 이뤄질 것입니다.』 -지난해 외교안보분야에서 정부내 이견도 많고 한미간 마찰도 많았다는 지적입니다.더 이상 정부내 이견은 없는지,한미간 관계 강화방안은 무엇입니까.
『앞으로 한미간의 어떤 갈등도 있을 수 없습니다.미국이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변의 입장입니다.미국 공화당이다수당이지만 공화당이 한국 안보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 앞선 안보개념을 갖고 있습니다.안보팀 혼선등도 전혀 염려 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초부터 서비스요금등 장바구니 물가가 들먹이고 있습니다.금년 지자체선거 가 예정돼 있어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우려도 있는데 물가안정을 위한 특별대책은 무엇입니까.
『경제문제에 있어선 물가문제가 대단히 중요합니다.국민들의 관심도 가장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작년에는 물가를 6%선으로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고 경제성장은 7%를 약속했습니다.완전한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니나 지난해 경제성장은 8.3%정 도,물가는5.6%선에서 안정시켰습니다.금년에는 역시 성장보다 안정이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성장을 너무 높인다고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때문에 금년에는 성장을 선진국가형으로 해 7%선 정도로 하고 물가는 5%선에서 안정시킬 것입니 다.최근 언론이 물가가오른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일부 공산품과 농산물이 영향을 줄수 있지만 여러가지 방법으로 물가억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그것도 강제적으로가 아니라 기업인과 국민들의협조를 구해가며 물가를 5%선에서 안정시키겠습니다.
경제성장률은 너무 높이지 않고 7%선이면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작년 수출이 9백60억달러이므로 금년은 1천억달러가 넘을 것입니다.부동산가격이 절대 오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이미 부동산 실명제를 도입하도록 지시했고 곧 단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가격이 올라갈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올해는 노사문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제2노총 설립 움직임도 있고노동계에서 노동법개정 요구도 일고 있는데 어떻게 풀어가실 생각입니까. 『경제발전에서 중요한 문제는 물가안정과 노사화합입니다.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세계화라는 큰틀 속에서 근로자.기업.정부.학생.농민등 국민 각자가 모두 이 시대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세계가 세계무역기구(WTO)출범과 함께 국경없는 경쟁시대로 돌입했습니다.노사문제도 선진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선진국형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金斗宇.金鉉宗.李相逸.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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