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기조 재확인한 年頭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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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 국정방향을 밝힌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은 한마디로 기왕의 국정기조를 재확인하는 내용이었다.올해 국정 목표를 세계화에 두고 「21세기 일류국가」를 지향하기 위해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의 안정과 경쟁력강화를 추진한다는 것,정부의 경쟁력을 높이고 부패.부정을 철저히 뿌리뽑겠다는 것등 여섯가지 정책과제를 천명했다.
金대통령은 특히 6월 지방선거의 철저한 공명에 대단한 열의(熱意)를 표명하고 부정당선자가 몇백명이라도 반드시 추방할 것이라는 결심을 밝혔다.
우리는 대통령의 회견내용이 대부분 새롭지는 않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정부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정책방향이라고 생각한다.다만 우리는 회견이 국정의 각 분야를 총론적으로 두루 언급하다 보니 국민이 1년간 기대를 걸고 지켜볼만한 구체성 있는 목표제시가 소홀해진듯한 아쉬움을 갖게 된다.가령 지난해에 우리가 겪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대형사건.사고의 기억은 아직도 국민 마음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만큼 이런 재난의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 계획같은 것은 대통령의 개괄적 언 급에 이어 해당 정부부처가 보다 상세하고 설득력있게 국민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 회견에서 우리가 주목하고 싶은 점은 정치에 대한 언급이다.대통령은 민자당이 당명(黨名)과 당기(黨旗)등을 바꾸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앞으로 우리 정치도「민생정치」「경쟁력있는 정치」「통합의 정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방 선거를앞둔 민자당의 자기개혁작업은 정계판도의 변화와 새로운 정치구조의 등장을 예감케 하는 일이다.우리는 대통령이 말하는 민생정치,또는 통합정치의 내용이 민자당의 개혁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그 결과를 주시코자 한다.아닌게 아니라 우리정치는 대통령의지적대로 더이상 민생문제를 소홀히 하거나 타성적 대결을 일삼는정치가 돼서는 안된다.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정치개혁구상이 민자당 개혁에 이어 야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거리가 아닐 수없다. 그리고 연두회견의 방식에 대해 우리는 대통령과 청와대 당국에 말하고 싶은 점이 있다.올해 회견은 1시간10여분간 진행됐는데,이중 20여분은 대통령의 기조연설에 할애되고 질문.답변은 불과 50여분간이었다.전국민이 큰 관심을 갖고 T V와 라디오로 듣고 있는 연두회견으로서는 너무 시간이 짧았고,충분한문답(問答)이 오가기에는 부족했다.또 대통령의 답변이 지나치게간략하고 개괄적이었다.좀더 시간을 갖고 충분히 설명하는 회견이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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