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김정일, 연하장 보내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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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올해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 총장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 아니었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한국 방문의 기회가 없었지만 2008년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와 협의해 방문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연하장을 보내왔다”고 소개하면서 “연하장에는 자필 서명 없이 ‘새해를 축하합니다 김정일’이란 내용이 인쇄돼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 방문 문제에 대해선 “현 시점에서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남북관계와 6자회담 진행 상황에 대한 고려는 물론 안보리 이사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문제인 만큼 때를 보아가며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자신에 대한 한국민들의 성원에 대해서도 언급, “감동을 느낄 때가 많았지만 이제는 정신적인 성원보다 정책적인 성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그는 “한국이 국제사회를 보는 눈과 국제사회가 한국을 보는 잣대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며 “이제는 한국이 국제사회에 얼마만큼 기여할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국제사회에서 경제규모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을 상당히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일하면서 한 번도 성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는 잘 닦아놓았다고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다”고 2007년 한 해를 정리했다. 유엔 개혁과 다르푸르 분쟁을 비롯한 국제분쟁 해결,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 제고, 새천년개발목표(MDG) 이행 등 나름대로 의미 있는 수확을 올렸다는 자평이었다. 그는 올해에도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힘쓰 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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