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중앙문예 당선소감-시조부문 이해운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어떤 때는,세상을 살아낸다는 말보다 세상에서 견딘다는 말이 더 적절한 표현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인공에 길들여지면 몸이 편하고,자연에 길들여지면 마음이 편하다.주위엔 마음의 소중함을아는 이들이 많다.몸의 길과 마음의 길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그들에게 가르침 주는 산 스승이 바로 세상이다.
이 세상의 한 자리,서울에서 보낸 밤이 약 사천개 된다.어마어마한 시간을 견뎠다.길에 대한 탐험이었으나,한편으로 그것은 무모한 모험이었다.몸이 가는 길과 마음이 가고자 하는 길과의 거리가 너무도 멀었으므로.
시조에 손을 대면서,처음엔 그 엄격한 형식적 제약에 많이 치였다.소위 자유시라는 걸 쓰는 데 오래 길들여져 있었으니까.하지만 부딪혀 가다 보니 시조의 그런 형식적 제약이 묘한 매력으로 변했다.시조는 특히 산문의 대척점에 서 있는 우리고유의 문학 양식이라는 자존심도 창작욕을 불러일으킨 원인이다.허락받았으므로,열심히 해 볼 작정이다.잠도 좀더 줄이고,부지런을 떨어야하리라. 길지않은 삶인데,은혜 입은 분들을 다 부르기가 불가능하다.주신 복이 가슴 안에 산적해 있다.일일이 거명하지 않더라도 그분들이 먼저 아실 것이다.무엇으로도 갚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깊은 감사로 다만 읍할 뿐.
◇약력=▲본명 崔俊▲63년 강원 정선生▲ 경희대 국문과 졸업▲90년「문학사상」신인상 시 당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