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한라산 통일기원 산행기-박인식 백두산 등반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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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하늘과 맞닿아 더더욱 파랗던 천지! 지금은 그 가슴속까지 얼어붙어 있다.분단 50년의 한이 이토록 차가운가.
천지를 에워싼 열여섯 우렁찬 봉우리의 깎아지른 절벽을 바라보는 겨레의 마음도 지금은 화산암 봉우리 틈서리에 하얀 성에로 동결되어 있다.
천문봉에서 곧장 건너다보이는 백두산의 주봉 장군봉.그 주봉을옹위하며 천지를 에두르고 있는 망천후.백암봉.천문봉.자하봉.청석봉.해발봉 등 하늘을 찌를듯한 해발 2천6백m봉우리 사이로 통일을 갈구하는 우리 겨레의 염원이 짙은 운무로 미친듯 들끓고있다. 단군의 탄생과 하강의 무대가 된 이래 민족의 근본으로 여겨졌으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해방의 등불」 또는 「통일의 상징」이라는 역사의 과제를 떠맡아온 백두산.
그 백두산은 신화나 상상의 결과물이 아니다.땅이 하늘보다 더빛나는 세계,그래서 그 꼭대기에 고인 물조차 하늘못으로 불리는세계가 백두산 정상에 있다.
태초의 빛이 아무런 장애없이 곧장 내려꽂히는 백두산정에서는 순수하게 바랜 광물질의 현란한 빛과 천지의 눈부신 하늘빛이 하나로 통일되는 빛의 축제가 벌어진다.
제아무리 겨울 광풍이 거세다 하더라도 한국인이라면 그 빛의 축제 속에서 울려퍼진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피맺힌 함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국토의 남쪽 끝에 솟아오른 또하나의 화산- 한라산의 이름을 목청껏 불러야 한다.한라에서 백두까지! 또 백두에서 한라까지! 해방 50년만에 한라는 백두의 부름에 답했고,백두는 한라의 안부를 물었다.그렇게 하여 이제 백두산의 정기와 체온은 한라산까지 이어졌다.
백두산과 한라산 사이에 태어난 모든 이들이 한울타리 안에 살그날이 멀지 않다고 백두산은 한라산에게 말했다.
그 백두산의 전언은 우리 민족 모두가 공유해야 할 을해년(乙亥年) 벽두의 돼지꿈이다.
51년 경북 청도 태생으로 69년 연세대 산악부에서 산과 첫인연을 맺었다.
산이 좋아 81년『월간 산』에 입사해 전국의 산을 누비면서 지도에조차 나오지 않는 오지마을을 취재,1년동안 연재한「한국의오지마을」이란 기획기사는 필명을 떨쳤다.
89년에는 산악인들과 함께 월간『사람과 山』을 창간,편집인으로 활동했다.
프리랜서 작가로 들어선 90년대부터 그의 관심은 중국에 집중됐다. 현재 도서출판 광화문의 편집주간.중국여행기『대륙으로 사라지다』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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