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인턴기자] 프로게이머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지난 4일 오전 11시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프로게임단 '투나SG'의 연습장. 새벽까지 훈련을 한 탓에 늦잠을 잔 프로게이머들이 허겁지겁 PC방에 자리를 잡았다. 잠이 덜 깬 상태지만 한눈 팔 시간이 없다. 이날 부터 사흘 동안 MBC게임에서 주최하는 '센게임 메이저리그'가 열리기 때문이다. 프로게이머들은 이날 저녁에 있을 시합에 대비, 두 세 차례 연습한 뒤 도시락으로 늦은 아침을 대신했다.

이들은 온라인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의 프로 선수들이다. 요즘 장래 희망을 물으면 '프로게이머'라고 대답하는 청소년이 부쩍 많아졌다. 프로게이머들은 10.20대들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결코 쉽거나 재미있기만 한 직업은 아니죠."프로게이머 기획사인 SG기획 송호창 대표의 말이다.

宋대표는 어린 선수들을 모아 '투나SG'란 게임단을 구성했다. 부천의 쇼핑몰인 투나가 게임단 운영 자금을 지원해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팀 이름도 '투나SG'라고 붙였다.

宋대표는 프로게임이 좋아 탄탄한 직장을 그만두고 PC방을 전전하다 몇몇 선수들과 함께 프로게임 기획사를 차렸다. 그는 "보통 사람의 체력으로는 며칠을 버티기 힘들다"며 "그래서 가장 걱정하는 것이 어린 선수들의 건강"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식사시간은 10분을 넘지 못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껴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훈련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듣던 것과는 많이 달라요. 생활도 엄격하고 연습량도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아요."

프로게이머가 된 지 6개월이된 이병민(18) 선수는 프로게이머 생활이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게임에 미쳐 있던 李선수는 고향인 전북 익산에서 SG의 입단 테스트를 받고 프로게이머가 됐다.

프로게이머들은 보통 오전 10시에 기상한다. 밤 10시까지 훈련이 계속된다. 중간에 식사하는 시간을 빼곤 훈련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다. 밤 10시가 지나도 프로게이머들은 숙소로 돌아가 각자 개인훈련을 한다. 동료들과 게임 전략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도 갖는다. 그러다 보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새벽 3~4시쯤 되는 일이 허다하다.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견디기 힘든 직업 중의 하나가 프로게이머일 겁니다. 실제로 중도에 포기하는 선수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정말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세계입니다."선수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날 저녁 '센게임 메이저리그'가 시작됐다. 투나SG에서는 심소명(20) 선수와 홍진호(22) 선수가 출전했다. 경기 시작 두시간 전이었지만 대회장은 이미 출전 선수들의 팬들로 가득찼다.

沈선수와 洪선수는 대기실에서 잠시 후 벌어질 경기에 대한 전략회의를 했다. 경기 시작 후 상대방 선수들과 불꽃 튀는 접전을 벌였지만 두 선수는 아쉽게도 모두 패했다. 이들의 패배로 '투나SG'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특히 프로게임의 황제 임요환(24) 선수와 쌍벽을 이룰 정도라고 평가받던 洪선수의 패배는 가장 큰 충격이었다.

洪선수는 "오늘 준비한 전략을 상대 선수가 철저히 분석한 것 같다"고 패배 원인을 분석했다.

대회가 끝났지만 두 선수는 며칠 뒤 있을 팬미팅 준비에 들어갔다. 저녁을 먹으며 진행된 행사 준비 회의는 밤 11시가 훨씬 넘어서야 끝났다. 그런 뒤 자정을 넘긴 시간에야 숙소로 돌아왔다. 이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 팬클럽 회원들에게 글을 남겼다. 프로 선수들이다 보니 팬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洪선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컴퓨터에 저장된 자신의 오늘 게임 내용을 복기했다. 다음 게임에 대비하기 위한 복습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어 주변에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후배들이 있으면 말리고 싶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로서 무언가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면 한번 도전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유동민 인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