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스키 맛? 자연설보다 인공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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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눈의 계절이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도 하고, 스키장에서는 인공 눈을 만들어 뿌리기도 한다. 그러나 눈이라고 해서 다 같은 눈이 아니다. 용도에 따라 원하는 눈의 질은 다르다.

눈은 크게 자연설과 인공설로 나뉜다. 자연설은 수천 가지 모양의 눈의 결정이 있지만 습도의 함량에 따라 건설과 습설로 구분할 수 있다. 눈싸움하기 좋게 잘 뭉쳐지는 것은 습설, 뻑뻑하고 잘 뭉쳐지지 않는 눈은 건설이다. 습도가 1% 정도인 눈도 있지만 40%인 것도 있다. '눈 반 물 반'인 셈이다.

농사용으로는 습설이 좋다. 같은 부피의 눈이 내려도 농업용수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키장에서는 습설이 내리고 날씨마저 따뜻하면 최악이다. 눈이 녹은 스키장은 질척거려 스키 타는 맛이 반감된다. 물의 점성으로 스키의 속도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설은 제설기로 만든다. 5㎛(1㎛는 100만분의 1m) 크기로 잘게 부서진 물 입자를 공기 중으로 뿌리면 물 알갱이가 차가운 공기와 닿아 순식간에 얼면서 인공설이 만들어진다. 이때 공기 중의 습도는 60% 이하이고, 기온도 영하 2~3도 이하여야 한다. 공기가 축축하면 물방울의 열을 잘 빼앗지 못해 물이 얼지 못하고 그냥 땅으로 떨어져 버린다.

인공설의 결정은 자연설과는 달리 빈 공간이 없으며 거의 얼음 알갱이에 가깝다. 이 때문에 자연설에 비해 밟을 때 부드럽지 않고 뽀드득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잘 미끄러진다. 스키의 활강 속도를 높이는 데는 자연설보다 인공설이 더 좋은 이유다.

그렇다고 스키어 모두가 인공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 스키어는 "자연설은 고속 활강 때 자세를 제어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슬로프 면의 부드러움과 방향을 바꿀 때 눈이 날리는 맛은 인공설에 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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