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헬機사건 극한"한국에 다짐-허바드 부차관보 평양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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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의 요청으로 토머스 허바드 美국무부 부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하는 28일 韓美간에는 북한과의 협상문제를 두고 긴밀한 협의가 이뤄졌다.
27일 자정 美군용기편으로 오산 미군공항에 도착한 허바드 부차관보는 이날 오전8시 외무부를 방문,장재룡(張在龍) 미주국장과 40여분간 요담했다.
이 자리에서 허바드 부차관보는 자신의 북한방문은 억류된 조종사 송환에 그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북한이 한반도 안보문제 등 다른 정치적 이슈를 제기하더라도 일절 협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정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장기호(張基浩 )외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張국장은 홀준위의 석방이 이뤄지기를 희망하며 미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張대변인은 그밖에 허바드 부차관보가 북한측과 협상하면서 고려해야할 사항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히면서도 논의내용은 일체공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허바드 부차관보가 북한방문 직전에 한국측과 협의하는 이유는 미국의 고위관리가 정전위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는데 따른 양국간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것들을 매우 선선히 내주고 있는 분위기인데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국이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간접적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24일 게리 럭 주한미군사령관 명의로 미군헬기의북한영공 침범 사실을 시인하는 서한을 북한에 전달하면서 억류된조종사가 조속히 송환될 것을 기대했었으나 우리 정부는 그같은 기대가 빗나갈 것임을 미국측에 제시했었다.
28일 허바드 부차관보와 張국장간 만남에서는 이같은 시각의 차이에 대해 미국이 우리정부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던 것으로전해진다.
○…미군헬기 조종사 송환을 위한 협상과 허바드 부차관보의 방북에는 그동안 北-美간 핵협상의 주역이었던 로버트 갈루치 美국무부 핵담당대사와 강석주(姜錫柱) 북한외교부 제1부부장 사이의채널이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두 사람 사이에 이뤄진 교신중 공식적으로밝혀진 것은 사건 발생 직후인 18일 갈루치 핵대사가 姜부부장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 한번 뿐이다.
미국은 사건 발생직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조종사 송환을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백악관측이 갈루치대사가 姜부부장에게 메시지를 보냈음을 발표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그 뒤로도 적지않은 교신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컨대 지난 22일 이뤄진 사망 조종사 유해송환 직전에도 북한은 이 채널을 통해 유해송환 의사를 미국에 전달했을 것이며,특히 지난 26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미국정부에 전달된미국 대표 파견요청도 이 채널을 통해 이뤄졌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이번 사건에 두 사람 사이의 채널이 활용될 수 있는 데는 1년4개월 이상 진행된 핵협상을 통해 두 사람 사이에 형성된 매우 확고한 신뢰때문으로 분석된다.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제1차 北-美고위급회담을 위해 만난 이래 공식적으로 직접 대면한 것과 전화나 팩스를 통한 교신이 각각 수십차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사람은 세차례에 걸쳐 수일 내지 수십일씩 진행된 협상에서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오찬회동 등 비공식 접촉으로서로의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아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특별사찰 시기가 큰 쟁점이 되었을때 姜부부장이『특별사찰을 받고 나면 미국의 경수로 제공보장 수단이 없어지는 것아니냐』고 말해 갈루치대사는 이를 북한에 핵협상 타결의사가 있음을 확신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北-美간에 이슈가 있을 때, 관계개선의 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며 연락사무소가 개설되면 초대 사무소장을 맡을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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