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투자해야 고용 늘어 … 규제부터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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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장들이 새 정부에 주문한 최우선 과제는 ‘규제 철폐’였다. 기업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끌어올리려면 기업이나 금융을 둘러싼 각종 규제가 가장 걸림돌이란 것이다. 또 은행장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4.5∼5%로, 물가는 올해(2.5%)보다 크게 높은 ‘3~3.5%’로 내다봤다. 물가 걱정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26일 중앙일보가 국민·기업·신한·씨티·우리·외환·하나·SC제일 등 8개 시중은행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은행장들은 이렇게 답했다.

◆성장은 제자리, 주가는 상승=은행장 8명 중 7명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4.8%)와 비슷한 ‘4.5% 이상, 5% 미만’으로 제시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에 따라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4.7%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일하게 5%가 넘는(5.2%) 성장률을 제시한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 효과로 소비가 회복되면서 견실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또 물가 상승 압력이 내년 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전망했다. 6명이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올해(2.5%)보다 크게 높은 ‘3~3.5%’로 예상했다. 특히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물가상승률은 3.5%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6명의 은행장이 내년 코스피지수를 2000~2500선으로 내다봤다. 적어도 지금(26일 현재 1906.72) 보다는 주가가 오른다는 얘기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500,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2300, 신상훈 행장과 김종열 행장은 2200선을 예상했다.

박 행장은 “1분기까지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에 증시의 변동성이 크겠지만 2분기 이후 경제가 다소 안정되면서 코스피지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용로 기업은행장과 SC제일은행 박홍태 부행장(※데이비드 에드워즈 은행장의 출장으로 대리 응답)은 주가가 1500~2000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돈 가뭄 속 시중금리 상승세 지속=내년 은행들에 가장 큰 어려움은 ‘돈 가뭄’일 것으로 예상됐다. 은행 예금에서 돈이 빠져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머니 무브’가 지속되면서 주가는 오르겠지만 은행들의 어려움은 더 커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내년 2분기까지는 올해처럼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은행장들은 밝혔다. 이렇게 되면 최근 8%를 넘어선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는 내년 상반기 중 9% 내외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 기업의 해외자금 조달 어려움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용로 행장과 박홍태 부행장은 해외자금 시장이 1분기 이후 풀릴 것으로 예상한 반면 박해춘 행장과 김종열 행장은 “3분기는 지나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내년 은행 경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은행장들은 내년 경영의 화두로 ‘재무구조의 건전성 확보’를 단연 1순위로 꼽았다.
 
◆새 정부 최우선 정책은 ‘규제 완화’=신상훈 행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의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기업인들이 맘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도 “기업이 투자해야 고용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새 정부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은행산업 발전에도 규제 완화가 필수라고 은행장들은 입을 모았다.
 
박해춘 행장은 “글로벌 금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금융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금융 전문가 양성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준현·안혜리·김창규·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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