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준비 미흡한 쓰레기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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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 1월1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쓰레기 종량제(從量制)와 재활용품 분리 배출은 일대 생활혁명이다.쓰레기 배출방법을 모르면경제적 부담이 커지고,분리배출을 잘 하려면 많은 시간과 수고를들여야 한다.돈 안들이고 아무데나 버려도 되는 시절은 지났다.
이 제도에 적응하려면 가정이나 사업장은 적지 않은 고통을 느낄것이다.무엇보다 종량제의 정착과 쓰레기의 수거.재활용을 위한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제도부터 덜컥 시행해 놓고 종량제의 궁극적 목적인 처리비용 절감과 자원 재활용을 달성하지 못하면 안된다. 쓰레기 종량제는 우선 홍보가 잘 돼야 한다.가정과 사업장이 쓰레기를 줄여야 할 필요성에서부터 배출방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사항을 숙지하는게 필요하다.이미 반상회조직을 통해 상당한홍보가 있었고,벌써 시행중인 제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TV등 대량 전달매체에서 시범연습과 같은 친절한 안내가 거듭돼야 한다.
더구나 너무 세세한 분야까지 한꺼번에 실시하면 조기정착이 어렵다.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은 현재의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분리배출이 좋다고 초기단계에서부터 의복의 단추와 지퍼까지 분리하는 것이 의무사항인 것처럼 여겨지면 주부들이 당황하기 쉽다.시행해 나가다 보면 알뜰한 분리.해체가 유리하다는 것은 자연히 알게 된다.
쓰레기 종량제는 가정과 사업장에서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지금 콜라PET등 일부 쓰레기의 재활용률이 20%밖에 안된다는 사실은 시.도의 준비가 아직 덜됐다는 증거다.분리배출된 쓰레기가 집하장에 가서는 다시 뒤섞이는 난센스도 있다.
아파트 앞의 분리수거 용기(容器)는 수거날짜가 늦어 흘러넘칠때가 많다.규격봉투에 담을 수 없는 非분리 쓰레기의 배출방법을정할 시.도의 조례(條例)도 다 마련되지 않았다.쓰레기 처리 전담 인원도 40%밖에 확보되지 않았다.규격봉투 는 어디 가야살 수 있나.
종량제에 찬동하고 이를 적극 이행하는 것을 작은 애국심의 발로나 생활미덕으로 여기려는 시민들에게 당국의 준비부족은 민망한일이다.당국은 생활혁명을 선도할 마음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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