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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연예인 매니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마를렌 디트리히는 어떤 사내에게 등을 찔렸으며,게리 쿠퍼는자기 오두막집에서 푸른 천사와 하룻밤을 보냈다.』『미셸린 프렐은 결혼 첫날밤 남편을 버리고 이웃집 마부(馬夫)와 함께 지냈다.』『앙리 비달은 미셸 모르강을 버리고 마리아 모방과 열애중이다.』 1940~50년대 세계적 톱스타들에 대한 대중예술 잡지들의 가십 기사는 대충 이런 식이었다.중요한 것은 이 가십 기사의 대부분이 사실이 아닌,당사자들의 측근에 의해 꾸며진 것이었으며「스타 만들기 작전」의 일환으로 이용됐다는 점이다 .스타는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노력의 결집(結集)으로 탄생하는 것이라지만 재능.노력에도 빛을 보지 못하는 연예인들이 얼마든지 있고 보면「스타는 만들어지는 것」이란 논리가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을지 모른다.세계 영화사(映畵史)를 훑어 보면 초창기에 그 역할을 감당했던 것은 영화사(映畵社)들이었고,30년대부터 감독(監督)들에게 넘어갔다가 40년대 이후에는 「매니저 시스템」이 스타의 제조(製造).관리(管理)를 도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연예계에「매니저」라는 생소한 이름이 등장한 것은 텔레비전 방영이 시작되고 대중예술이 자리잡기 시작한 60년대 중.후반부터의 일이다.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나라들의「매니저 시스템」이 기업 차원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비 해 우리는 아직도 개인 차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기업 차원의 스타 제조나 관리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합리적 방식을 지향하고있다면 개인 매니저들이 독단적 판단에 의해 주먹구구식이고 마구잡이식으로 밀고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 모른다.
이들은 초창기의 구미(歐美)매니저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십이나스캔들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돈.섹스문제등으로 그들이 관리하고 있는 연예인들과 함께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한다.요즘엔 우리나라에도 연예인 매니저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두엇 생겨났지만 아직도 혼자 서너명을 관리하는 개인 매니저 시스템이 대종(大宗)을 이루고 있다.배병수(裵昺洙)씨 피살사건도 말하자면 우리 연예계의 개인 매니저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 허점에서 빚어진 비극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 이다.그렇게 보면 연예인 매니지먼트의 기업화는 우리 연예계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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