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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CARS 폴크스바겐 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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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인류가 발명한 가장 편리한 이동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효율성으로 따지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한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 무려 20배 이상의 무거운 차체(보통 1천5백㎏ 이상)를 가동시켜야 한다. 이 점에서 독일의 대중차 폴크스바겐은 줄곧 효율성(연비)을 위해 가볍지만 단단한 차, 작은 차를 개발해 왔다.

2003년 생산 중단된 비틀(딱정벌레)의 경우 1934년 히틀러의 지시로 개발된 이래 단일 차종으로는 세계에서 두번째인 2천1백50만대가 팔렸다. 74년 판매를 시작한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차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연비와 대량 공급을 통한 경제성(수리비 등)이다.

바로 국민차의 효시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자동차 5백20만대를 생산, 세계 4위다. 최강 폴크스바겐을 부흥시킨 페르디난트 피에히(67)회장의 자서전 'CARS 폴크스바겐 스토리'(생각의 나무)는 국민차에 대한 열정과 90년대 이후 고급차에 대한 도전,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불어넣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인생은 소위 '부모를 잘 만난 사람'으로 시작했다. 외할아버지는 전설적인 비틀의 설계자며 스포츠카 설계자로 유명한 페르디난트 포르셰다.

자동차 귀족의 가정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이런 저런 네 바퀴 모델과 익숙해졌다. 자동차에 대한 꿈을 키워준 환경이다.

부모 잘 만난 사람이 그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두가지일 게다. 부모를 뛰어넘는 업적을 내거나 새로운 사업을 일궈내는 것이다. 그는 이 두가지를 모두 성취, 독일 자동차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젊은 시절은 부유층의 통속적인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좌충우돌, 방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곧 자동차에 빠지게 된다. 자동차 천재였던 외할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다.

포르셰에서 시작해 아우디를 거쳐 56세에 폴크스바겐 회장에 올라 죽어가던 회사를 살려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 그의 성공을 가능케 했다. 아우디의 구조조정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고뇌를 엿보게 한다. 복잡한 여성 편력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다.

이제 그의 남은 인생은 꿈의 '1ℓ 카(연료 1ℓ로 1백㎞ 주행)'다. 꿈에 대한 도전, 그리고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그의 열정이 담긴 이 책에서 1ℓ카가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그의 자서전은 독일 자동차 역사를 망라한다. 그러다 보니 전문용어가 많다. 상세한 주가 달렸지만 주석 안에서도 전문용어가 많아 때론 답답하다.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포인트. 우리의 이공계 홀대와 달리 독일 최고경영자 대다수가 이공계라는 점이다. 그 역시 취리히공대 출신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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