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폭탄' 단계적으로 제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명박 당선자의 부동산 정책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일단 부동산 시장 흐름을 지켜보면서 후유증이 덜한 부분부터 손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중에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의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세가 낮아질 전망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일러야 2009년 부과분 이후부터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도심의 재건축과 용적률 규제도 투기 방지 장치를 먼저 만든 뒤 2009년 이후 공론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5일 "그동안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대로 부동산세제에서 고가 주택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6억원을 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6억원의 기준을 9억원으로 올릴지, 아니면 다른 수준으로 바꿀지는 검토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기준 조정 시기는 부동산 시장을 봐가며 내년 하반기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종부세는 6억원이 넘는 집에 물린다. 또 3년 이상 보유한 1가구 1주택은 양도세를 물리지 않지만 6억원이 넘으면 초과분만큼 9~36%의 양도세를 부과한다. 따라서 6억원의 기준을 상향조정하면 종부세.양도세를 내지 않거나 감면 받는 가구가 늘어난다.

한나라당 선거대책위 정책기획팀장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끊어진 주택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양도세와 취득.등록세를 빨리 완화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소화하려면 위축된 부동산 거래부터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취득.등록세는 각각 거래 금액의 1%다.

종부세 완화는 원칙적으로 1가구 1주택 장기 거주자에게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는 1가구 1주택자 전부를 대상으로 고려하되 장기 보유자부터 우선 순위를 부여할 방침이다. 이 당선자 캠프는 6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이라도 장기 보유하면 양도세를 매길 때 특별공제해 주는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15년 보유에 45%까지만 특별공제하지만 20년 이상 보유할 경우 60%까지 공제해 주자는 것이다. 다만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자의 양도세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의장은 "집값이 안정되면 1가구 2주택자 양도세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곽 교수는 "1가구 2주택 이상에 대한 양도세는 현행대로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경제학회는 사전에 배포한 '2007년 경제정책포럼'(26일 예정) 자료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이명박 당선자의 부동산 정책 공약으로 새 정부 초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자 캠프는 부동산 정책은 시장 흐름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손질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종부세 인하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곽 교수는 "종부세 부과 기준을 바꾸자면 법도 고쳐야 해 일러야 2009년 부과분부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재건축과 용적률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도 강경론과 신중론이 맞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당선자의 경제 브레인인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은 "지방은 용적률이 300%인데 서울은 250%로 묶여 있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발이익 환수와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권의 규제장치부터 우선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곽 교수는 "강남이나 서울 도심에 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미리 투기 방지장치를 철저하게 손질해야 한다"며 "재건축.용적률 완화는 일러야 2009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