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중산층의 몰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최근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93%가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자처했다.고소득자 가운데 상류층임을 자인(自認)한 사람은 1%였다.연간소득이 중간치에 못미치는 계층도 「중산층」으로 「오기」를 부렸다.「우리모두가 중산층」인 시 대다.
「중산층이 몰락한다」는 경종이 울려댄지 오래다.「중산층」의 개념은 막연하다.소득이 중간수준인 계층을 묶어 편의상 중산층으로 불러왔다.통계학의 「미디언」(중간치)이 그 척도다.
소득수준에 따라 최고부터 최저까지를 순서대로 늘어놓은 다음 그 중간값을 취한다.중간값에서 상.하로 각 30%씩 60%를 보통 「중산층」으로 분류한다.미국의 경우 이 중간치는 연 3만7천달러다.여기서 상.하 각 30%는 1만7천에서 6만4천달러까지다. 소득금액보다는 버는 방법으로 분류하자는 주장도 있다.
저축이나 투자수입이 아니고 임금에 의존하는 계층을 중산층으로 보려는 견해다.
93%가 중산층임을 자처할 때 그 「중산층」은 소득개념을 넘어선다.소득수준으로 서열을 매기는 사회적 위계(位階)개념에 대한 저항이다.소득 수준에 상관않고 중산층에 귀속하려든다.소속함으로써 갖는 기회의 평등이 돈 못지않게 소중하다.
취향이나 문화감각.생활스타일로 계층을 분류하려는 시도도 등장한다.마케팅전략의 일환으로 소득및 교육수준.인종적 배경과 문화감각.지역특성등에 따라 전국민을 62개 계층으로 나누는 새 분류법도 등장했다.
미국은 소득수준 상위 20%가 전체소득의 절반을 갖고 나머지절반을 국민 80%가 나눠갖는다.그「중산층」도「보다 많이 가진자」(have-mores)와 「보다 적게 가진 자」(have-lesses)로 쪼개지고 있다.대학을 나와 시 대흐름을 타고 쭉쭉 뻗는 능력계층이 소위 「글라스 타워」(glass tower)계층이다.교육수준이 낮고 낙후된 직종에서 날로 가라앉는 계층이 다른 하나다.
「중산층의 반란」으로 중간선거에서 혼이 난 클린턴대통령은 세금감면 조치로 이들을 달래고 있다.『홀어머니에게서 가난하게 태어나 집안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본인이 처음이었다.중산층의일원임을 축복으로 여긴다』며 하소도 곁들였다.대 통령 연봉은 20만달러,게다가 부인 힐러리는 연간 수십만달러를 벌던 유능한법률가다.우리 모두를 허구(虛構)로 묶으면서 막상 그 개념은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는 중산층의 묘한「몰락」이다.
〈本紙 칼럼니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