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화제>표화랑 안필연씨 퍼포먼스-남아선호사상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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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안필연,아~안꼭지,아~안끝분,아~안종희….』 『넋』『깊은 거울』등 자기 성찰이 강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안필연(安畢姸.34)씨가 자신의 도박판에서 끝없이 읊어내려가는 이 이름들은 바로 「후남이」의 다른 이름들이다.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깊이 뿌리박힌 남아(男兒)선호사상이 만들 어낸 한이 서린 이름들. 安씨는 이번의 설치작업 『도박』에서 남성중심사회에 던져진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여성문제를 다루고 있다.安씨가 이런 문제에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3녀1남의 셋째딸로 태어난 그의 개인사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安씨는 「더 이상의 딸은 사절」이라는뜻의 「마칠 필(畢)」자가 들어있는 자신의 이름을 끝없이 거부하면서 살아왔다.하지만 결국 깨달은 것은 이 이름이 바로 거역할 수 없는 자신의 역사라는 것이었다.여기서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여 인들의 역사도 아울러 생각하게 됐다.
安씨와 같은 사연을 가진 이름은 5백여개 성(姓)에 각각 40~50여개씩으로 모두 합하면 2천5백개가 넘는다.安씨는 이들의 한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이름을 하나하나 도장으로 새겨 4백여장이 넘는 한지위에 찍어 놓았다.퍼포먼스와 함께 12일에 개막된 이번 전시는 23일까지 표화랑에서 계속된다.安씨의 퍼포먼스는 18일에 이어 23일에도 펼쳐진다.(543)7337.
〈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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