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여의도 블로그] DJ DOC 이하늘의 천생연분 짝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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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일요일, 짝꿍과 함께 1등을 향해 달리는 유쾌한 퀴즈 레이스 MBC ‘환상의 짝꿍’이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참 많이도 웃는다. 여덟 평생 살면서 이렇게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은 처음이라는 아이짝꿍의 말에 웃고, 서른 살 이상 차이나는 나이임에도 어느새 아이들과 눈높이가 똑같아진 어른짝꿍의 순수함에 또 웃고. 요즘은 이 남자, 그룹 DJ DOC 리더 이하늘(사진)의 행복한 고민 덕분에(?) 웃을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나름대로 그는 심각하다는 고민은 바로 지난 7월 환상의 짝꿍에 출연해 1등을 함께 한 아이짝꿍 때문에 시작되었는데.

“그때 저희 DJ DOC 멤버들이 모두 함께 출연했거든요. 그런데 인기투표에서 아이들이 저를 비호감으로 제일 많이 찍었더라고요. 방송인걸 알면서도 어찌나 서운하던지 솔직히 욱하는 성격에 스튜디오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죠.”

아이들이 생각하는 이하늘의 비호감 이유 대부분은 ‘무서울 것 같다’는 그의 첫인상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도 어른도 예측할 수 없는 아슬아슬한 짝꿍 뽑기가 시작되었고, 운명의 여신은 그에게 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빳빳한 하얀 도복을 입은 태권소녀 어린이를 짝꿍으로 점지해주었다.

“아이들이 저를 모두 싫다니까 저도 딱히 탐탁지 않았는데 태권소녀 경진이가 나오자마자 왠지 ‘아, 저 아이와 짝꿍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짝꿍이 되었는데 중요한 것은 경진이만은 저를 무서워하지 않더라고요.”

태권도의 힘이었을까? 용감하고 씩씩한 아이짝꿍 경진양과 방송생활 13년 만에 이렇게 열심히 녹화에 임한 적은 처음이라는 어른짝꿍 이하늘팀은 말 그대로 천생연분 환상의 짝꿍이 되어 이 날 1등의 영광까지 안게 되었다.

“덕분에 후유증이 하나 생겼어요. 제 짝꿍 경진이처럼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예쁜 딸 하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내가 결혼할 때가 돼서 그런가. 그나저나 크리스마스도 가까워 오는데 제 아이짝꿍한테 작은 선물 하나 해주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요? 그게 요즘 고민이에요.”

심지어 얼마 전 캐나다 공연에 갔을 때 DJ DOC 멤버 셋이 모여 아이 선물로 뭐가 좋을까 회의까지 했으나 노래하는 창렬이도 랩퍼 재용이도 아홉 살 여자 어린이의 취향을 몰라 급 포기했다고. 이럴 땐 뭘 물어도 속 시원히 대답해 주는 무릎팍 도사에게 물어보자. 아이 선물로 뭐가 좋을지, 그리고 이 남자 이하늘 언제 장가갈런지도. 팍팍~~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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