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장 후보 막판 경합 이경숙·정운찬 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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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1일 이사를 했다. 서울 가회동 한옥마을 자택에서 삼청동 총리공관 부근의 안가(安家)로 거처를 옮겼다.

이사를 한 이유는 경호 문제 때문이다. 이 당선자의 가회동 한옥은 진입로가 좁고 방음.보안에 문제가 있어 비상사태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안가 이전은 대통령 당선자에게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안전 가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당선자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경호실의 권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는 22~23일 서울에서 휴가를 겸한 정국 구상에 들어간다. 당초 경남 남해로 휴가를 떠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미리 알려지면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2일엔 지인들과 테니스를 치고 23일엔 평소 출석하는 소망교회를 찾을 예정이다. 그러면서 인수위원장을 포함한 26명 인수위원의 인선안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인선안 가운데 위원장 후보로는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포함된 후보군이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 측 관계자는 "이명박 당선자는 두 사람이 비정치권 인사인 데다 총장으로서 큰 성과를 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경숙 총장은 이날 기자와의 접촉을 거부했으며, 정운찬 전 총장은 "이명박 후보로부터 인수위원장을 직접 제안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 출신으론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인수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당선자는 이날 오전 개인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안국포럼에서 박명재 행자부 장관의 예방을 받고 행자부가 작성한 '인수위 지원계획'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당선자는 "공무원들이 정권 교체기에 불안해하지 말고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좋은 휴식이 좋은 대통령 만들어"=정치권과 학계에선 "좋은 휴식이 좋은 대통령을 만든다"고 조언한다. 대통령 직무는 분 단위로 쪼개는 살인적 일정을 소화하는 강한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 크로퍼드에서 4주 동안의 여름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에서 성공한 대통령 중 한 명인 빌 클린턴 대통령도 집권 초기 의회와 언론이 밀월기간을 허용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백악관 참모로 기용된 데이비드 거건은 "클린턴은 판단력이 흐려질 정도로 지쳐 있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클린턴은 8개월 만에 긴 휴가를 가진 뒤 화려하게 부활했다. 집권 공신인 30대 참모들을 물리고 워싱턴 정치에 밝은 공화당 사람 거건을 전격 기용한 게 그 무렵이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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