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한국) ●·황이중 6단(중국)
201로 뚫을 때 202로 막은 것이 호착. 203엔 204로 꾸역꾸역 기어나간다. 백의 형태는 엷어터지고 갈갈이 찢긴 모습이라 도무지 생사조차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흑이 마음만 먹으면 어딘가 떨어져 나가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208로 막는 수가 성립되었고 이 대목에 이르러 이세돌의 오묘한 수읽기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흑은 ‘참고도’ 1, 3으로 백 대마를 차단할 수는 있다. 그러나 4로 따내면 끊긴 백은 떵떵거리고 살게 된다. 하는 수 없이 209로 후퇴하자 210으로 막아 걸레쪽 같던 백은 전부가 연결됐다. 흑은 211로 한 점을 잡았고 또 A로 끊어 잡는 권리를 남겼지만 이것은 공격의 성과로는 턱없이 미흡하다. 무엇보다 ‘후수’를 잡았다는 것은 불길함을 넘어 치명적인 느낌마저 준다. 흑의 대군이 성과 없이 후퇴하는 것을 지켜보던 백은 비호와 같이 212, 214로 달려갔다.
대국이 끝나고 정원으로 걸어나가면서 이세돌 9단은 “말도 안 되는 바둑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역전된 것 아닌가” 했다. 그때란 물론 귀중한 선수를 잡아 212로 직행했을 때를 말한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