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를찾아서>16."오리진" 리처드 리키.로저 레윈共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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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오리진』은 우리 인류가 도대체 어떤 동물인지,그리고 사고와감정을 지닌 문화적인 동물이 어떻게 해서 유인원과 유사한 원시적인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오게 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지금까지 인간고생물학 분야에서 이루어 진 연구업적들을 정리하고 있다.이 책은 그 제목에서부터 인류의 기원 문제에국한된 논의인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77년에 나온 원저에는 「새로운 발견들이 우리 인류의 등장과미래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대체로 인류가 성공적으로 진화해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시작에서부터 환경문제,그리고 국내 및 국제적으로 만연된 고의적인 불평등 문제등과 관련해 우리 인류는 급속하게 자멸의 길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인류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조화를 유지하면서 번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지나치게 진화해버린,어쩌면 심각한 생물학적인 진화의 실패작일는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이미 여러 학자들이 인간은 기본적으로 매우 공격적이라는 공격성 이론으로 그 원인을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런 설명이 아주 위험스런 허구라는 점을 간파하고,초기인류에서부터 현대인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재구성하면서 인류는 「기본적으로 협동적인 동물」이었음을 밝혀낸다.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밝히는 작업에서 가장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시기와 장소는 2백만년전에서 3백만년전의 중남부 아프리카다. 동물 분류학상으로나 해부학상으로 현생인류와 가장 가까운 고릴라와 침팬지의 서식지는 이 지역 뿐이고,이 시기의 인과(人科;Hominid)동물의 화석이 발견되는 지역은 아프라카뿐이라는 사실은 지금까지 아무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
이 시기에 속하는 진화 이야기의 주역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다. 문화적인 행위의 바탕이 되는 지능 발달의 지표인 뇌의 용량으로 따져서 아직 현생 인류의 3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는 현생 유인원들의 수준에 머물러있었지만,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여러가지 증거로 이미 「인류에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1930년대 이래로 아프리카의 동부와 남부에서 수많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표본들이 햇빛을 보게되었고,이와함께 수많은돌도구들이 발견되었다.
바로 이 시기에 리처드 리키의 부모인 루이스 리키와 메리 리키 가족이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발굴작업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수많은 새로운 발견들을 발표했다.
61년 리처드의 어머니 메리 리키에 의해서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계곡에서 발견된 한 표본은 학계를 놀라게 했다.
***「호모 하빌리스」 命名 연대 측정으로 1백75만년 전의화석으로 밝혀진 이 진보된 인과의 화석인류는 비록 체구는 작았지만 6백50㏄정도의 더 큰 뇌를 갖고 있었고,치아형도 현대형에 더 가까웠기에 인과의 한 하위체계인 호모속(Homo屬)으로인식되었다.
이 표본은 결국 64년에 「손재간 있는,솜씨 좋은 사람」이라는 의미의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로 명명되어 학계에 새로운 중요한 발견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2백만년전 아래로 내려오면 완벽한 기립자세를 가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가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으로 확산돼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시기적으로는 1백50만년전에서 30만년전까지에 걸쳐있고,뇌의용량도 시기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평균 1천㏄정도로 커졌다.
『날씬하게 생긴 호모 에렉투스는 없다』라고 할 정도로 툭 튀어나온 눈두덩,쑥 들어간 턱과 튀어나온 입,그리고 어금니가 현대인의 것보다 훨씬 크다는 점 등으로 아직 현생인류에는 미치지못하지만 뇌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뇌의 내부적인 재조직이 이뤄져 보다 우수하고 새로운 신경망과 뇌중추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인류진화의 최종단계로 들어설 열쇠를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초기인류 화석발견 그렇다면 연대기적으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호모 속(屬)의 인류의 직계조상인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자손이 호모 하빌리스로 이어진 것일까. 많은 학자들이 여기에 의문을 제시했지만 아직 증거가 충분하지 못했다.이 증거 보강의 필요성이 리처드 리키의 발굴팀에 의해 충족됐다.
72년 리처드 리키팀은 케냐의 북부에 위치하는 투르카나호수 동부의 초기인류 유적지에서 거의 완벽한 형태의 화석 두개골을 찾아냈다.
이것은 올두바이계곡에서 나온 호모 하빌리스보다 더 큰 뇌를 가지고 있었고,하빌리스로 분류될만한 충분한 특성들을 갖고 있었다. 특히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최소한 2백만년에서 3백만년전에 생존했으리라는 점이었다.
케냐자연사박물관의 분류번호 「ER1470」을 그대로 쓰면서 「1470」으로 불리는 이 화석인류는 학계를 흥분시키기에 족했다. 당시 주류를 이뤘던 해석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계통의 인류가 탄생했다는 설이었다.그러나 「1470」을 포함하는 호모 하빌리스의 연대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겹치면서 동시대에 살았다는 점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인류의 직계조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류의 조상 계통인 호모속이 출현한 것은 지금까지 추측했던 것보다 약 1백만년 밀어올리게 되는 셈이다.
***지구의 전지역 지배 호모 에렉투스는 더욱 커진 뇌 용량과 함께 더욱 정교한 도구들을 만들어 사용하면서 약1백50만년전에 이르러 결국 아프리카를 벗어나 아라비아의 좁은 다리를 건너 동쪽으로,그리고 북쪽으로 더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지구의 전지역을 지배하게 된다.
이게 50만년전에 이르면 좀더 진보된 형태의 호모 사피엔스로진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약5만년전에 이르러서는 크로마뇽인으로 대표되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로 접어들게 된다.
초기인류에서부터 현생인류에 이르기까지의 기나긴 진화과정은 인류가 자연환경에 순응하고 그 환경이 제공해주는 자원을 활용하고보존하면서 자연질서의 일부를 이루고 살아온 과정이었다.
***농업등장 이후 왜곡 1만년전 농업이 등장한 이래 인류는그 자연질서를 왜곡시키면서 살아왔다.
특히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환경에 대해 엄청난 지배력과 통제력을 구사하게 됐고,지구환경을 상당한 정도로 조작할 수있는 최초의 동물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자체가 화근이 돼 이제 인류는 「자멸에의 추진 엔진」을 손에 쥐게 됐다고 저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아무리 특수한 동물이라도 자연의 보다 거대한 균형속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의 멸망은 「그리 멀지않은 장래」일 것이라고 했다.
생물학적인 우연의 산물로 이 지구상에 태어났다가 우리 자신의교만함으로 인해 자멸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강한 메시지를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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