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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주무셨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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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 째깍. 고요한 밤. 자명종의 초침 소리가 싱글인 손대욱(31)씨의 의식을 깨운다. 이윽고 배터리를 뽑아 버린다. 손 씨는 매일 밤이 두렵다. 다들 깊은 잠에 빠져있는 밤에 뜬눈으로 두서너 시간을 뒤척거리다가 겨우 든다. 그는 낮 동안에는 회사에서 눈 코 뜰 새 없이 일한다. 점심시간에는 전날 밤의 수면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식사를 서둘러 마친 후 휴게실의 소파에서 한 시간, 혹은 책상에 엎어져 30분 씩 자기도 한다. 대한 두려움이 생활 속 곳곳에 이미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 생활이 반복된다.>

‘잘 자.’,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젯밤 잘 잤어?’ 등 ‘잠’과 관련된 인사들은 일상생활에서 ‘밥’과 관련된 인사만큼이나 자주 쓰인다. 또 “잠을 설쳐서 정신이 몽롱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어. 한숨도 못 잤어.”와 같은 호소는 그만큼 신체리듬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음을 뜻한다. 수면시간은 단순한 시간상의 수치가 아니라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국 런던대학교 의과대학 제인 페리 교수는 미국 수면학회지인 ‘슬립(SLEEP)’를 통해 수면시간과 수명에 대한 관계를 밝혔다. 매일 밤 평균 수명시간인 7~8시간 보다 지나치게 적게 자거나 많이 자면 심장질환 관련으로 사망할 확률이 110%이상으로 높다. 즉 잘 자야 잘 살 수 있는 법. 하지만 최근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밤에 잠을 자고 싶다면 낮에 두 발을 움직여라

불면증의 원인은 생각보다 꽤 많고 복잡하다. 하지만 정신과 질환이나 신체장애로 인한 내과적 질병이 없는 성인이 불면증이 있다면 습관이나 환경적인 이유가 크다. 반복적으로 과음을 하게 되면 수면의 질이 떨어져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또한 주야교대, 가정의 불화 등도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이런 이유라면 오히려 다행이다. 원인이 해결되면 충분히 잠이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면증에는 항상 이유가 있지 않다. 그냥 잠이 오지 않는 현대인들이 상당수다.

불면증 환자 중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대부분 혼자 참으며 이를 알리지 않기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수는 상당하다. 바쁜 직장인들에게 ‘잠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에 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불면증 환자들에게 점심시간 후 1시간씩 걸어볼 것을 권장한다. 걷기 보다는 활력 넘치는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싶은가. 운동은 수면을 이끌어 내는 훌륭한 자극이지만 자칫 불면증을 없애겠다는 의욕으로 몸의 에너지를 소진하고 근육 조직의 일부를 파괴한다면 생활 패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운동을 많이 하면 피곤해서 일시적으로 잠이 잘 올 수 있지만 몸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불면증의 올바른 치료는 아니다. 불면증은 환경적, 습관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매일 몸을 고단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면증으로 시달리다 낮에 낮잠을 자는 것보다 한 시간을 조용히 사색하며 걷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색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히도록 한다. 한발 한발 천천히 걸으면서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고 스트레스를 풀어보도록 하자. 직장 주변에 적당한 산책길을 하나 정하는 것도 좋다. 산책을 즐기며 단둘이서만 대화하고 싶은 이성의 동료 혹은 갈등이 있는 직장동료와 함께 걸으며 대화하며 갈등을 풀어보는 것도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걷기 치료는 약물과 같은 부작용이 없어서 불면증의 치료에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보통 1분에 60~90보의 속도로 걷되 매일 30분~1시간씩 꾸준히 걷는 것이 좋다.

다음은 불면증을 예방하는 생활수칙들이다. 자신의 생활 습관과 비교하고 실천해보자.
* 잠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한다. 잠은 꼭 8시간씩 자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 졸릴 때, 자신을 속이지 말고 정직하게 침대로 가서 잠을 청한다.
* 침실에는 컴퓨터, 텔레비전이나 업무도구를 놓지 말자. 오직 잠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자.
* 운동은 수면 유도에 좋지만, 강도 높은 운동과 늦은 저녁 시간의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 누웠을 때 15분 안에 잠이 오지 않으면 장소를 옮겨 힘이 들지 않고 조용한 활동을 졸릴 때까지 하라. 걸어 다니면서 책을 읽거나 흥분되지 않은 가벼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좋다.
* 너무 오랜 시간 낮잠을 자지 말자.
* 불면증으로 잠을 청하기 힘든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너무 많은 시간을 자려고 하지 말자. 초반에는 5시간씩만 자도록 한다. 이후 15분씩 수면량을 늘려보라.
* 잠을 자기 전에 가볍게 안마를 받아 몸을 풀고, 명상에 잠겨보는 것도 좋다.
* 애완동물이나 코를 고는 파트너를 멀리하라.
* 술, 담배, 커피는 피하라.
* 온갖 잡념이 머릿속에 맴돈다면 발가락 운동을 해보자. 엄지발가락을 아래로 수 차례 구부려 준다. 머리에 있던 혈액이 아래로 내려간다.

tip 불면증에 도움이 되는 음식

<우유, 양파, 상추, 대추, 달래, 호두, 샐러리, 파, 구기자, 마늘, 생선, 흑설탕, 호박, 연꽃, 영지, 치자나무, 칡, 쑥갓, 차조기, 마>

<참고자료 -american family physician - volume 76, issue 4 (august 2007)
Daum까페 ‘자연치유와 명상센터’(대체의학 사이트) >

객원기자 장치선 charity19@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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