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정책왜 바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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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부가 외국인인력정책에 큰 손질을 가하기 시작한 것은 불법체류자의 양산등 각종부작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소수의 전문인력에 한해서만 취업비자를 발급함으로써 인력난이 심각한 3D업종의 중소기업에서는 5만여명의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취업해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91년 11월부터 국외진출 기업체 현지 고용인력의 기능향상을 위해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의 도입을 허용했으나 관리상의 문제점 때문에 지난해 4월 중단됐었다.그러나 중소기업체들이 극심한 인력난을 호소해옴에 따라 불과 7개월만인 지난해 11월 「저개발국 근로자들의 기술.기능향상에 기여하고 국내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난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올 한해에만 2만명의 연수생을 도입키로 결정하고 올해 9월2일에는 1만명을추가도입키로 하는등 일관성없이 갈팡 질팡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들은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임금을 받고 산재보험도 적용되지않아 중대재해를 당할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고 임금체불을 당해도 법적인 구제절차를 밟기도 어려운 상태에 놓여 상당수가 이탈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7월부터 현재의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제도를 개편하기 위해 논의를 거듭한 끝에 기능실습제등 세가지 방안을 대안으로 마련,최종결정을 앞두고 있다.
상공자원부가 16일 발표한 최저임금수준으로의 임금인상등 대책은 汎정부차원의 종합대책수립에 앞선 단기적인 보완대책인 셈이다. 정부가 검토중인 세가지 방안은 모두 적지않은 문제점을 안고있어 결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기능실습제도는 연수성격을 보완해 국제기술교류협력 성격을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그러나 명목상 실습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취업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많아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질 가능성이 높다.인력난은 심각하지만 기술수준이 낮 은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연수허용의 명분이 약하고 고용세 부과등이 곤란해 저임금 외국인력에 의존하는 기업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를 도입할 경우에는 외국인력 수입의 공식적 허용으로외국인력의 대폭적인 증가가 우려되고 장기불법체류및 정착.빈민화.내국인과의 마찰등 사회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일정기간이지난뒤에는 외국인의 고임금.고복지요구로 고용효 과가 상쇄될 것으로 전망되며 노동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또 정부가 외국인근로자에게도 국내근로자와 똑같이 근로조건을 보장해줘야 하는 부담이생기고 국제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지위보장과 관련된 국제근로기준을 비준.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압력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현행제도의 골격을 유지하되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방안은 연수생이 실제로는 단순기능인력으로서의 근로자 신분임을 간과함으로써 현실과 제도가 따로 노는 문제점을 계속 안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 채택되더라도 최소한의 연수도 실시하지 않으면서 연수를 빙자해 외국인력을 「착취」한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현행 외국인연수제도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李夏慶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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