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실미도"태극기…'의 쏠림 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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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마침내 영화 '실미도'가 관객 1천만명을 돌파했다. 이 영화의 등급이 '15세 이상 관람가'인 점을 감안할 때 대상 연령층 가운데 세사람에 한명 꼴로 극장을 찾은 셈이니 실로 엄청난 흡인력이 아닐 수 없다.

한국영화는 질과 양 두 측면에서 가위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세계 최고의 권위라는 칸영화제에서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베니스영화제(2002년 이창독 감독 '오아시스').베를린영화제(2004년 김기덕 감독 '사마리아')에서 차례로 감독상을 수상함으로써 마침내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평정했다. 관객 동원 기록도 지칠 줄 모르고 경신 중이다. 1999년 '쉬리'가 일으킨 한국영화의 대중적 성공은 '친구'를 넘어 '실미도'에 이르렀다. 현재 상영 중인 '태극기 휘날리며' 또한 개봉 13일 만에 5백만명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로 '실미도'를 추격하고 있어 조만간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영화의 성공은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뿐 아니라 해외 수출.관광 수입.비디오.DVD 등 경제적 효과도 크다는 것을 생각할 때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흥행의 쏠림현상이 영화의 다양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벌써부터 영화계에서는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휴머니즘 요소를 가미하면 흥행에 성공한다'는 공식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라는 민감한 현실을 흥행 위주로 접근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역사교육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쏠림현상은 스크린 제도에 기인된 측면이 있다. 한 영화관에서 4~5개의 스크린을 같은 영화로 채운다면 복합상영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이런 현실이 계속된다면 소자본의 우수한 영화는 상영할 장소조차 얻어내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관객에게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려면 프랑스처럼 복합상영관에서는 같은 영화를 2개 관까지만 상영토록 제한하는 등의 제도를 당국은 심도있게 검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