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되라/ 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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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7대 대통령 선거가 야당의 압도적 표 차로 끝났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이번 승리는 국민의 승리로 규정하고 "매우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각 언론에서도 사설 등을 통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 ‘국민의 머슴이 되라’ 등 앞으로 대통령이 해야 할 역할을 강조했다.

‘국민의 머슴이 되라’라는 표현에서 ‘되라’는 맞춤법상 ‘돼라’의 잘못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갖는 독자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맞춤법상 ‘되라’나 ‘돼라’ 둘 다 가능하다.

‘되라’는 ‘되+라’, ‘돼라’는 ‘되+어라’로 분석할 수 있다. 여기서 ‘(으)라’나 ‘어(아)라’는 둘 다 명령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다. “그대들 앞날에 영광이 있으(어)라/ 맞는 답을 골라 쓰(써)라” “천천히 먹어(으)라/ 내 손을 꼭 잡아(으)라”와 같이 쓰인다.

우리말 구어체 종결형에는 ‘해라체’와 ‘하라체’가 있다. ‘해라체’는 “철수야, 빨리 자라. 내일 새벽에 운동해야 한다”처럼 상대편을 아주 낮추는 문체다. 반면에 ‘하라체’는 “현실을 똑바로 보라/ ‘여기에 어떤 희망이 있는가?”같이 상대편이 특정 개인이 아닐 때 낮춤과 높임이 중화된 느낌을 주는 문체다. 주로 광고문, 연설문 따위의 문장에 쓴다. 그러므로 ‘돼라’보다 ‘되라’가 조금 더 상대방을 존중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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