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뉴리더' 탁신 태국 총리 서면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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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 및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더욱 촉진해야할 것입니다.동남아시장은 한국이 전통 수출시장(미국·중국·일본 등)의 경기변동에서 입을 수 있는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안전판 역할을 해내게 될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동남아의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한 태국의 탁신 시나왓 총리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태국 제1의 통신그룹을 소유한 기업인 출신의 탁신 총리는 '탁시노믹스(Thaksinomics)'로 불리는 경제비전을 바탕으로 태국 경제를 탄탄하게 재건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국 경제는 지난해 6.3%의 높은 성장을 이뤘고, 주가도 87%나 급등했다.

다음은 탁신 총리와의 일문일답 내용.

-태국은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의 진앙이었지만, 지금의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예정보다 2년 앞당겨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졸업했다. 경제 회복의 원동력을 꼽는다면.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교훈을 얻었다. 세계화 시대에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다 위기를 자초했다. 우리는 이제 국내 경제를 건강하게 하는 동시에 세계 경제와 튼튼한 연결고리도 만들어가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듀얼 트랙 디벨러프먼트 모델(Dual Track Development Model)'이 바로 그것이다.

농촌과 빈곤층 살리기를 통해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피플스 뱅크(People's Bank)'를 통해 소규모 농가의 부채를 동결하고,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우리 정부는 중소기업 등 풀뿌리 경제가 국가 경제의 중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경제에서 중소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그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다. "

-'탁시노믹스'는 공공지출을 늘려 내수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나는 2001년 1월 총리직을 맡으면서 내가 가진 재계(財界)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이에 근거해 세가지 원칙을 정부의 정책기조로 삼았다. 소득을 창출하고, 비용은 줄이며, 기회를 늘리자는 것이다. 국민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연구팀을 태국 곳곳으로 파견했다. 빈곤층이 한정된 자본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낳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내수 경제를 성공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동남아지역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표명하고 있는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태국 외교정책의 근본 틀이다. 아세안은 새로운 도전과 경쟁에 직면해 있다. 과거처럼 소극적으로 남아있을 여유가 없다. 이 지역의 경제 통합과 무역자유화 과정은 당초 계획했던 2020년에서 2012년으로 일정이 당겨져야 한다. 나는 동남아 국가 간 국력 차를 좁히고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캄보디아와 라오스.미얀마의 지도자들에게 '경제협력전략(Economic Cooperation Strategy)'이라는 구상을 제안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4개국이 협력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공동 번영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태국의 이웃인 중국과 인도가 거대 경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서구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이들 두 나라에만 집중되고 있는데.

"중국과 인도의 부상은 예견됐던 일이다. 태국 정부와 재계는 중국과 인도를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태국이 이 두 국가와 인접해 있다는 것은 도전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인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성하고 가능한 모든 민간 분야에서 협력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 중국 남부와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동~서, 남~북 연결통로와 같은 지역무역 통로를 건설하면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지역의 기업 활동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한국과 태국의 경제협력 방향은.

"태국과 비슷하게 한국도 내수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또 한국은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시아 국가들, 특히 동남아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남아 국가들과의 무역 및 투자를 늘림으로써 한국은 세계 경제의 순환에 대비하는 안전판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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