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굴지증권사 전격합병 충격-유럽.美시장서 돌파구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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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굴지의 증권사인 모건 스탠리와 영국의 투자신탁분야를 석권하고 있는 증권사 SG 워버그가 합병을 선언,국제 증권시장에영업판도 재편의 바람이 휘몰아칠 조짐이다.
두 증권사는 지난 8일 합병추진사실을 공식으로 발표,경쟁사들을 아연 긴장시켰다.종전에 부실 증권사 인수나 국내통합이 주류를 이룬 것과 달리 모두 탄탄한 영업기반을 갖고 있는 이들 양국 회사의「전략적 제휴」는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 고 있다.
합병은 새 합병회사를 지배할 지주(持株)회사를 설립,모건 스탠리측이 3분의2, 워버그측이 나머지 지분을 갖는 방식으로 국제 증권시장에서 7위권의 공룡(恐龍)으로 등장하게 된다.이번 합병추진에 대해 국제증시의 전문가들은『세계증시의 변화조류에 적극대응하려는 선구적 시도로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면서『앞으로 이와 유사한 합병이 붐을 이룰 것』으로 내다본다.
두 회사 합병 배경은 우선 보다 높은 수익을 좇아 각국 증시를 떠도는 국제자금이 많아졌기 때문.이런 상황에서 범(汎)세계적인 영업망을 구축한 증권사만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된 것이다.
합병을 통해 모건 스탠리는 유럽시장으로,그리고 워버그는 미국시장으로 향한 돌파구를 일거에 마련하게 된 셈이다.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동유럽.남미등 제3의 신흥 증권시장으로 눈을 돌릴수 있는 여유까지 가질 전망이다.이와함께 두 회 사의 경쟁력 우위분야가 서로 엇갈린 점도 통합배경으로 작용했다.
워버그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증권에 대신 투자해 주는 투자신탁업무에 강점을 갖고있다.그러나 워버그는 채권.인수.금융파생상품(디리버티브)등의 분야에선 약체다.
반면 모건 스탠리는 투자신탁분야에선 세계 40위권(수탁고 약5백억달러)으로 밀리지만 채권.인수.금융파생상품등에선 경쟁력이확고하다.결국 두 회사는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자신의 강점으로갖춰 절묘한 결합을 이뤄낸 것이다.
그러나 합병사가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도 만만치않다.무엇보다「국제결혼」에 따른 문화적 마찰이 걱정이다.신방을 꾸미게될 두 회사의 구성원들이 기존의 각기 다른 사고방식과 업무추진 스타일등을 과연 조화있게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 다.
〈金光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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