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美.英도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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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과 영국이 대대적인 정부조직개편을 추진중에 있다.빌 클린턴 美행정부는 중간선거이후 드러난 민심이반을 되돌이키기 위해,영국은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수술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일단 여론의 방향도「작고 효율적인 정 부」를 지향한다는 데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있다.
양국의 정부조직개편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註] 美행정부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부처 관리들의 필사적인 로비활동이 전개되는가 하면 소속 공무원들은 일자리를 빼앗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정부조직 개편의 대상으로 떠오른 행정기관은 에너지부.교통부.주택도시개발부.인력관리청.일반서비스청등 5개 부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12일 관련 부처장에게 소관부처의 존속 이유를 설명하도록 이미 지시한데 이어 15일 세금감면과 정부조직 축소에 관한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간선거결과에서도 입증된 민심이반을 되돌이키기 위해 중산층에대한 세금을 감면하고 정부조직 축소 개편으로 생기는 재원등으로확보될 5백억달러로 이를 보전한다는 구상이다.
이에따라 관련부처 공무원들은 일자리에 대한 걱정,자기부처의 존속 이유와 함께 부처폐지보다 조직을 축소재편해 예산을 절감하는 대안을 마련,백악관측을 상대로 당위성을 역설해야 하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헤이즐 올리어리 에너지부장관은 부를 없애는 대신 향후 5년동안 2백20억달러의 예산을 줄이는 내용의 기구축소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어리장관은 만약 에너지부를 없애려면 정부조직 전반을 재편하는 광범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일부전력공급기관들을 민간에 매각,1백20억달러의 재원을 확보하고▲지방사무소 폐쇄등으로 1백억달러를 절감하겠다고 다짐했다.
인력관리청과 일반서비스청도 기관이 폐쇄될 경우 다른 기관의 관련 예산이 늘어나기 때문에 예산절감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전개했고 교통부역시 보다 예산을 줄이는 방향으로조직을 재편하는 방안들을 마련했다.그러나 부처 축소정비 쪽으로결론이 난다 해도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조직 개편을 더욱 강력히 추진할 태세다.
윌리엄 로우스 차기 상원행정부담당위원장은 공화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균형예산편성을 위해 정부기관축소를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분명히 했다.그는 연방공무원수와 총경비를 무려 40%까지 줄이고 정부기관수를 절반가량 줄이는 방안에 대해 언 급,대부분의 공무원들을 좌불안석(坐不安席)하게 만들고 있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영국 정부도 전체 공무원의 10%이상을 도려내는 대폭적인 군살빼기를 진행중이다.英 재무부가 지난 10월 내년까지 국장급 이상 고위공직자 숫자를 현재보다 30%이상 줄이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상공부.노동부.교육부등 주요 부처 모두가 감량의 저울대에 오르게 될 운명이다.수년전부터 비대해진 정부에 메스를 가하겠다고 결심한 존 메이저 정부가 최근 총 20개 부처에 대한 예산 사용과 업무분석을 끝낸뒤 본격적인감량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10월 혁명」으로까지 불리는 이번 조치는 영국 사상 최대의정부조직 개편으로 98년까지 53만3천명의 전체 공무원중 6만명(11%)을 차례로 줄이도록 예정돼 있다.
이번 정부조직 축소는 물론 작년의 경우 3백60억파운드(한화45조원)에 달했던 영국의 천문학적 재정적자 때문이기도 하지만보다 탄탄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메이저정권의 야심찬 계획에서 비롯됐다.
관료주의에 젖어 경직된 정부조직을 슬림화함으로써 상하간 의사소통이 보다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동시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인원감축을 발표한 재무부의 경우 『이번 조치는 단순히 인건비를 절약하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질과 효율성그리고 프로정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경기예측이나 통계 산출등 단순한 기능에서 벗어나 장기적인경제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번과 같은 혁신적인 인사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재무부가 첫번째 타깃으로 오르게 된 것은상대적으로 끗발이 약한 부처부터 손대기 시작하 면 「힘없는 공무원들만 해고시킨다」는 원망이 나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에 해고될 재무부 고급공무원들은 다행히 런던 금융가에 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 당분간 큰 진통은 없을 것으로보이나 이번 조치가 「공무원의 신분보장」원칙에서 어긋나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야당인 노동당측으로부 터 제기되고 있다.그러나 영국의 대체적인 여론은 「작고 강한 정부」를 환영하는 분위기여서 메이저정부의 체중감량작전은 강력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브뤼셀=南禎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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