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94스타10걸>실험극장 대표 김동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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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강남 압구정동 실험극장에는 요즘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다.이 극장에서 공연중인「명배우 시리즈 2탄」『11월의 왈츠』를 보러 고양.분당등지에서 몰려온 주부관객들이다.지난 4일에는 강릉에서50여명의 주부들이 전세 버스를 타고 몰려왔다.1 탄『셜리 발렌타인』에 이어 2탄『11월의 왈츠』까지 거의 매회 전석매진을기록중인「명배우 시리즈」는 연극 불모지 강남에 연극문화를 정착시키고 강남 주부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올 연극계 최대의 화제작중 하나.
『명배우 시리즈는 실험극장을 살리고 강남 연극문화를 살린 우리 연극사의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압구정동으로 이전한 지 1년.연극과는 무관한 척박한 토양에서 고군분투 끝에 실험극장의 화려한 부활을 이뤄낸 대표 김동훈(55)씨.33년 실험극장과 영욕을 함께해 온 김씨의 눈에는 남모를 감회가 서렸다. 『재작년 운니동 시대를 마감하고 강남행을 선택했을 때는 암담했습니다.오렌지족 문화에 대항하는 건전한 청년문화를 만들겠다는 원래 목표는 자꾸 힘을 잃어가고 1년 가까이 절망적 상황만 계속 됐습니다.』 60년 10월 문을 연 실험극장은 그동안『에쿠우스』『아일랜드』『신의 아그네스』등 대표작을 통해 강태기.서인석.윤석화등 숱한 명연기자를 배출해 낸「스타의 산실」이며소극장 연극이 10개월씩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사실로 입증해낸「 기록의 산실」이기도 했다.
***「명배우 시리즈」 주부관객 끌어 「한국연극의 산증인」 실험극장이 운니동을 떠나 정착지를 못찾고 헤맬때 연극계에선「이제 실험극장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강남 이전후 몇차례 의욕적인 작품을 올렸지만 강남관객들은 요지부동이었다.김씨가「명배우 시리즈」를 기획하고 그것에 건 기대와노력이 처절하기까지 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이대로 주저 앉을 수 없다는 오기같은게 발동하더군요.1탄『셜리 발렌타인』을 직접 연출할땐 솔직히 겁도 났습니다.내 대(代)에 실험극장의 맥이 끊기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난산끝에 탄생한『셜리발렌타인』이 성공을 거두자 비로소『이젠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는 김씨는『배우 각자가 가진 제 색깔,제 목소리를 강조한 것이 관객에게 어필한 것같다』며 조심스럽게 이 시리즈의 성공원인을 분석했다.김씨는 이제 실험극장을주부들만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 찾는 강남 공연문화공간의메카로 만들어 내는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한다.
『명배우 시리즈가 영원히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그러려면우리 연극이 활성화돼 큰배우가 많이 나와야겠지요.』 글:李正宰기자 사진:安聖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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