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땅키우기>파주 李용복씨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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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회사원 이용복(李龍馥.31)씨는 후배 김광오(金光五.29)씨와 함께 서울의 중소규모 아파트 한채 값에 불과한 돈으로 경기도 파주지역에 대지 2백36평,건평 37평짜리 전원주택을 마련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전세집 신세를 못면하던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비록 후배와 공동소유의 땅이지만 2백평이 넘는 넓다란 대지에 2층 전원주택을 지어 여유있게 살아가는 모습이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게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李씨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전원주택 건립에 힘입어 당초 평당 22만원에 사들인 땅값이 50만원 선으로 껑충 뛰었다는 점이다.특히 李씨가 전형적인 농촌마을을 전원주택지로 탈바꿈시키는 바람에 이 일대가 개발붐이 일어 마을 전체의 부동산 가치도 대폭 올라갔다.
李씨가 이같은 전원주택을 마련하기까지는 건축가 배병길(裵秉吉.배병길건축연구소 소장)씨의 도움이 컸다.
裵소장은 건축주가 제시한 「탈(脫)서울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일단 대지 선정과정부터 관여했다.그 결과 건축주의 회사가 위 치한 서울 당산동까지 승용차로 50분~1시간 거리인 경기도파주군탄현면오금리367의6 일대를 건축부지로 잡았다.
지난 93년5월 1백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기존 농촌마을 입구에 자리한 삼각형 모양의 길쭉한 채소밭 2백36평을 평당 22만원에 사들여 여기에 1층 26.3평, 2층 10.5평등 연면적 36.8평짜리 2층 단독주택 2채를 자연스 럽게 배치하는 정원과 텃밭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는 그림같은 전원주택 설계작업이 시작됐다.설계자는 대지 구입비를 포함한 총 자금이 각각 1억원 정도라는 건축주들의 경제사정을 감안,주택규모와 내부인테리어 수준등을 결정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기와 지붕의박공형 보다 지붕이 평평한 슬래브 형태를 택하면서 내.외부 공간변화를 통한 이국적인 외관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직선으로 조합된 콘크리트 구조의 외관 분위기는 부드러운 야 산과 전면에 펼쳐진 들판의 뉘앙스와는 다소 이질적인 면이 없진 않지만 표면을 거칠게 처리하는 드라이비트 자재로 외부를 마감,주변 풍광과조화되도록 했고 37평 공간을 담는 외관이 50평대 볼륨처럼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내부도 가구를 각 공간에 어울리도록 주문 제작했고 벽면도 흔해빠진 벽지가 아닌 마포(麻布)로 발라 색다른 분위기가 나도록했으며 천장 마감은 벽지를 바르지 않고 콘크리트 자체를 그대로노출시켜 외부의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내부에서도 감지되도록 했다. 온갖 아이디어를 구상,원가 줄이기에 최선을 다했으나 공사비는 주문 제작한 가구와 아이들의 시력보호를 위한 값비싼 외국제조명기구 사용등으로 인해 평당 2백40만원 정도가 들었다.
〈崔永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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