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새로운 결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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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4강전 하이라이트>
○·이세돌 9단(한국) ●·황이중 6단(중국)

장면도(98~118)=우세라고 해도 하수의 우세는 불안하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를 하는 것은 지금부터의 승부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임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103을 둘 때 우세한 황이중 6단은 휘둘리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입장이 바뀌어 이세돌 9단이 흑이었다면 그는 엷어터진 백△들을 맹공하여 일사천리로 판을 결정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이중은 혹시 후수만 잡을까 걱정되어 신중하게 점수를 쌓아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사실은 이게 약한 마음이었다. 만약 103으로 ‘참고도1’ 흑1로 공격했더라면 백은 숨이 턱 막혔을 것이다. 백A는 흑B의 급소가 너무 아프고 그렇다고 C로 두면 A의 한 방이 견딜 수 없다. 김지석 4단은 ‘지리멸렬의 상황’을 단언한다. “백이 행마가 나오지 않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세돌 9단이 바람같이 104로 달려간 것은 문자 그대로 위기일발이었다. 그는 D의 단수마저 둘 수 없을 정도로(혹시 손 뺄지 모르니까) 황급했다.

 위기를 넘긴 백이 110부터 사활을 건 새로운 결전에 착수한다. 흑111이 원하는 것은 ‘참고도2’ 백1의 절단. 그러나 이것은 2~8까지 사석전법에 완벽하게 걸려들고 바둑도 바로 끝난다. 이세돌의 112는 최강의 버팀수이자 예고된 강수. 118까지 흑도 두려운 싸움이다. 귀가 살아버리면 흑대마가 죽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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