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원자재 파동까지 겹친 한국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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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 경제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4백만명의 신용불량자와 청년실업, 내수 침체, 노사 갈등, 카드 문제만도 벅찬데 환율 문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란 새로운 복병이 한국 경제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숱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정부 일각의 '경기 회복론'과 달리 현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시장.백화점.식당.택시 등 모두가 '죽겠다'는 소리뿐이다. 이런 차에 원자재 파동이 겹친 것은 참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철판 등 주요 원자재 값이 두배 가까이 폭등하는가 하면 아예 물건이 없어 공장 가동이 안 될 지경이라고 한다. 기름값도 계속 오른다. 이는 조만간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오던 수출에도 큰 타격이 온다. 또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게 된다. 많은 중소기업은 이미 자금난에다 원자재난이 겹치면서 빈사 상태에 빠졌다.

이헌재 신임 경제부총리는 어제 "현 상태론 올 경제성장률이 5%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5%대의 성장을 강조해 온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 원자재 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점매석을 단속하고, 장기 수급대책을 마련하는 등 비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행히 새 경제팀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재계도 올해를 '경제 살리기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팀은 이런 불씨가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며, 더는 숫자 놀음이나 총선을 겨냥한 선심정책은 없어야 한다. 정치권도 협조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수 부양책이 많이 나왔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현장과 겉돈 결과다. 이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새 경제팀은 더 열심히 현장을 방문하고 기업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