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맞춤 비즈니스' 두 달간 344억 유로 계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右>과 프랑수아 피용 총리가 13일 포르투갈 리스본의 제로니모 수도원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이 이곳에 모여 ''리스본 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은 EU의 대통령과 외교총책 자리를 신설하고, 각국 인구에 따라 의결권을 재배분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리스본 AP=연합뉴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짧은 시간 안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의 역할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비즈니스 외교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두 달간 올린 실적만 344억 유로(약 48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인권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무시하고 비즈니스에만 치우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맞춤형' 비즈니스로 48조 챙겨=리비아의 최고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이번 주 프랑스에서 100억 유로(약 14조원)어치 '쇼핑'을 했다. 에어버스사의 여객기 21대 등이다. 이 거래는 사르코지가 불가리아 간호사 석방건으로 리비아를 방문했을 때 어느 정도 성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사르코지 덕분에 이뤄진 거래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르코지는 이달 초 알제리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석유화학단지 조성 등 27억 유로(약 3조7800억원)의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는 현지 방문 때 식민 통치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하면서 알제리 정부에 거래를 위한 명분을 만들어 줬다.

11월 중국에서 올린 200억 유로(약 28조원)짜리 대형 비즈니스 외교는 독일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중국의 심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나왔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중국 방문 때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은 물론 인권문제라는 중국의 아픈 곳까지 건드렸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인권 문제에 대해 함구했다.

인권 담당 라마 야드 보좌관을 수행 명단에서 제외하기까지 했다. '큰 손님' 중국이 유럽의 파트너로 독일 대신 프랑스를 고르도록 배려한 것이다.

모로코에 고속전철 TGV를 팔 수 있었던 건 2012년 세계박람회가 도움을 줬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지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것과 달리 프랑스 정부는 일찍부터 모로코를 밀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박람회 개최지 발표를 한 달여 앞두고 모로코와 17억 유로(약 2조3800억원)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명분보다 장삿속 비난도=사르코지의 실리외교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파리에 오기 직전 테러 옹호 발언으로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았던 카다피에게 사르코지는 이례적으로 하원에서 연설까지 하게 했다. 그러자 장사를 위해 프랑스의 자존심을 버렸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까지 나왔다.

사르코지가 알제리에서 한 식민통치에 대한 유감 표명도 거래를 위한 겉치레였다는 비아냥을 샀다. "식민지 제도는 매우 불공정하다"는, 너무나 원론적인 말이 과연 사과인지 의문스럽기 때문이었다.

한 프랑스 신문은 "사과하러 오셨습니까"하고 묻는 알제리 기자에게 "아뇨, 사업하러 왔는데요"라고 대답하는 사르코지의 만평을 싣기도 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